[윤] 프로포즈 대작전_준비 편

왜 프로포즈에는 가이드가 없나요....

by 윤호 그리고 보람

Tinder에서 만나 결혼을 약속한 후 태국으로 이민을 계획 중인 커플입니다.

함께 글을 쓰면서 번갈아 가며 올리고 있습니다. 제목의 [윤]은 윤호의 글, [보]는 보람의 글입니다.



남성분들의 프로포즈 준비에 한 줄기 빛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장황하게 이 글을 썼습니다.



[발단]

나는 캐나다로 유학 후 이민을 생각하고 있던 차에 보람이를 만났다. 만난 지 두어 달 정도 지났을 때는 같이 캐나다를 가자는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었다. 나는 돈이 많이 들어도 여자 친구도 유학을 할 것을 권했으나, 여자 친구는 그럴 바엔 배우자 비자(spouse visa, 알아본 바로는 결혼한 사이일 경우 한쪽이 캐나다 내에서 합법적으로 비자를 유지할 경우 그 배우자는 해당 기간 동안 work permit이 나온다)로 같이 가겠다고 말했다. 아, 그런 방법도 있긴 있지. 응, 잠깐... 뭐라고?


"그럼 나 지금 프로포즈 받은거야...?"

"... 일종의?"


이 날을 떠올리면 내가 보람이에게 많이 미안하다. 고정관념이겠지만 나는 프로포즈는 남자인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깜빡이도 안 켜고 훅 들어와서 내 마음을 흔들 여자를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기 때문에, 그 날의 내 감정은 기쁨 반 당황스러움 반이었다. 도무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안절부절못하는 나를 보고 섭섭함을 느낀 보람이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사실 인생의 동반자가 되자는 말을 누군가에게 듣는다는 것은 크나큰 영광인데, 더 격렬하게(?) 반응하지 못한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여자 친구에게 미안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만난 지 2달도 안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던 시기이긴 했다. 하지만 나는 이 날 이후로 결혼을 진지하게 고려했고, 2018년 연말까지 만나면서(사실 그래 봐야 만난 지 7개월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긴 했다..) 확신이 더 들면 프로포즈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전개]

사귀어보니, 이 여자라면 평생을 함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프로포즈를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에서는 결혼식 날짜 다 잡아두고 마치 통과의례처럼 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여자 쪽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 프로포즈를 다시 준비 해오라는 사례(!)도 들었던지라 최대한 고심해서 준비를 했다.



1.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가?

사실 나는 프로포즈를 해준다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시작은 대학생 시절 보았던 플래시몹 프로포즈 동영상에서 비롯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u1YLAjty-U&t=85s

내가 봤던 가장 극적이고 아름다운 프로포즈였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벤트로 프로포즈를 하기에는 시간과 노력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도 불특정 다수 앞에서 받는 프로포즈를 보람이가 좋아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중 앞에서 받는 프로포즈를 별로라고 생각하는 여자들의 비중이 꽤 높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그래서 어느 날, 지나가듯이 슬쩍 떠봤는데(ex. 야구장에서 클리닝타임 때 전광판으로 프로포즈 하면 어떨 것 같아?) 질색팔색을 하길래 이 방식은 포기했다. 그렇다면 역시 독립적인 공간, 꽃다발 그리고 반지로 구성된 전통적인 방식으로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2. 시기

내가 다니는 회사는 연말 마지막 주는 Office close 주간이어서 공식적으로는 회사를 나가지 않아도 되었고, 보람이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시간을 내기가 쉬운 편이어서 연말 여행을 계획했었다. 처음에는 해외여행을 생각했지만 연말에는 비행기표가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크리스마스를 껴서 부산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기념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커플이지만, 시기가 시기인만큼 서로 5만 원 내외로 비싸지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기로 약속했다. 나는 보람이에게 선물 대신, 프로포즈를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3. 장소

친동생이 호텔 예약 플랫폼인 H사의 CS파트를 담당하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임직원 찬스를 얻어 해운대 근처 호텔의 주니어 스위트급의 객실을 저렴하게 예약했다. 나는 오션뷰 객실은 난생처음 예약해봤는데, 가보기 전까지는 '전망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방에 들어서는 순간 왜 사람들이 전망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갔고, 나는 안도했다. 프로포즈를 하기에는 이만하면 괜찮겠다 싶었다.


여담이지만 우리 커플은 부산 여행을 추억할 때 "방이 다 했지"라고 말한다. 고마워 동생아!


4. 준비물

1) 액션캠

이전 글에도 썼듯이 보람이는 내게 유튜버가 꿈이라고 말했다. 이미 집에 카메라도 있고, 영상편집 프로그램도 다룰 줄 아는 준비된 인재였다. 유튜버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여자 친구의 꿈이 귀여웠고, 평생 그녀를 응원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전해주고 싶어 액션캠과 짐벌을 선물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나는 카메라에 대해서는 1도 모른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가도 하루에 10장이나 찍을까 말까 할 정도로 사진 찍는 것을 즐기지 않고, 찍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카메라에 대해서는 백지상태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액션캠은 얼마나 종류가 많은지, GoPro와 Sony만 겨우 알았던 나는 아무리 인터넷을 검색하고 유튜브에서 리뷰를 뒤져봐도 무엇을 구매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찾다 보니 샤오미에서 나오는 액션캠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브랜드 이미지답게 스펙과 가격 모두 괜찮아 보였지만 아무래도 액션캠으로는 덜 유명한 브랜드여서인지 리뷰가 많이 없어 고민하고 있던 찰나, 회사 팀원 중에 (무려 미국에서!) 비디오 아트를 전공했던 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염치불구하고 제품 스펙을 보여드리며 여쭤봤었다. 이거 사도 돼요...?


"음.. 저는 사실 GoPro만 써봤지만... 사실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지 않는 이상 이 정도면 취미로 사용하시기엔 적당해 보여요. "

(감사합니다. 덕분에 예산이 많이 x10 절약됐어요ㅠㅠ)


미국에서 살다오신 분이어서 Amazon에서 어떻게 직구를 하는지도 친절히 설명을 해주셔서 액션캠과 마운트, 하네스 등 기타 장비도 함께 수월하게 구매했다. 액션캠만 구입하면 활용도가 낮아 보여서 짐벌도 구매하려고 알아보았는데, Amazon은 가격이 비싸서 구매대행을 통해 중국에서 구매했다. 하지만 아뿔싸, 두 제품을 각각 배송받은 후 부푼 마음으로 액션캠을 짐벌에 끼워보았는데, 호환이 안 되는 거다. 어째서? 왜 이렇지? 둘 다 해외에서 구매했던 제품이라 환불은 언강생심 꿈도 못 꿀 상황이어서 굉장히 당황했었다. 알고 보니 액션캠은 Yi(샤오미의 자회사), 짐벌은 Mijia(샤오미 자체 브랜드)에서 구매했기 때문에 두 제품 간에는 호환이 안됐던 것이다. 이 사실을 확인한 후 10분 정도 망연자실한 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중x나라에 짐벌 판매글을 올렸다. 다행히 글을 올린 지 30분도 되기 전에 구매자가 나타났다.

그럼요!!! 가능합니다!!!


다시 짐벌을 사려고 눈물을 머금고 아마존을 들어가 보니, YI 액션캠과 호환되는 짐벌은 기존에 구매했던 것보다 약 5만 원 정도 비쌌다... 하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한줄기 빛이 내려왔다. 바로 Black Friday!!!!!


사랑해요 Ail Express


Black Friday라고 모든 제품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은 아닌데, 다행히 Ali Express에서 Yi 제품들을 할인해서 판매할 예정이라고 광고가 올라왔고 짐벌도 세일 목록에 있었다. 급한 마음에 원화로 결제하여 이중 결제로 인해 만 원 정도 더 추가 결제를 하는 멍청한 실수를 저질렀고, 주문량 폭주로 인해 예상 날짜보다 1주일 늦게 배송된다는 메일까지 받았지만 짐벌은 중국에서부터 싱가포르를 거쳐 내 품에 무사히 왔다. 여러분, 직구를 할 때는 신중히 알아보고 구매하세요.......



2) 꽃

프로포즈니까 꽃과 반지를 함께 주고 싶었는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여러 모로 고민을 했었다. 왜냐하면 여행을 가면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을 텐데 어떻게 꽃을 사 올지 or 받을지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몇 가지 생각했던 계획은 다음과 같다.


(1) 호텔에 꽃을 배달시킨 후에, 체크인 전에 방에 놔달라고 부탁

- 우리는 부산에 낮에 도착해서 바로 체크인을 할 계획이었다. 낮에 하는 프로포즈라...?

- 설사 낮에 한다고 하더라도, 꽃이 배달되는 시간까지 내가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체크인

전날에 꽃을 배달시키면 꽃이 시들 것 같고, 호텔 측에도 민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 호텔 근처에서 직접 구매

- 검색해보니 호텔 근처에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안에는 꽃집이 딱 하나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해보니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주문이 많아 사전예약이 필수라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었다.

- 만약 주문을 했을 때 도대체 여자 친구에게 어떤 핑계를 대고 꽃을 가지러 갈지 준비 당시에는 감도 안

왔다.


위 방안들은 실현이 어려울 것 같아 고민을 거듭하면서 검색하다 보니, 프리저브드 플라워(생화를 화학 처리하여 오래 유지하도록 만든 꽃)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박스로 만들어 선물을 함께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리저브드 플라워라 물을 주지 않아도 되고, 박스 형태로 주문하면 호텔에서도 맡아줄 수 있고, 무엇보다 선물이나 반지를 안에 넣어서 주기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 상황에 안성맞춤이겠다 싶었다. 마침 친한 대학 동기의 여자 친구의 언니가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전문으로 하는 플라워 샾을 운영하고 있어서 친구를 통해 다시 한번 지인 찬스를 사용했다.



완성품은 바로 호텔로 보내기로 해서 사진으로밖에 보진 못했지만, 작업하시는 중간중간 신경도 많이 써주시고 꽃도 예쁘게 잘 나온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여러분,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라피네플레르(http://raffinefleur.com/)에서 하세요.



3) 반지

사실 나의 최대 고민은 선물도, 꽃도, 장소도, 프로포즈 방법도 아닌 반지였다. '도대체 얼마나 좋은 반지를 해야 되는 거야?'가 나의 가장 큰 이슈였다. 반지만 100만 원이 넘어간다는 티xx부터, 청담동 예물샾을 거쳐 종로 귀금속 거리까지. 결혼 예물도 아닌 프로포즈 링인데 가격도 천차만별, 예산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었고 그 어디에도 '기준'은 없었다. 검색하다 보니 미국의 예까지 보게 되었는데, 통상 월급의 3배 정도를 프로포즈 반지에 투자한다는 정보(내게는 그다지 쓸모없는)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글의 댓글창에서는 '월급'의 기준이 세전인지 세후인지를 놓고 격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상에.... 너네도 고생이 많구나. 반지로 인해 머리가 아픈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목걸이로 프로포즈링을 대신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보람이는 장신구는 귀걸이 외에는 전혀 하지 않아서 고려사항에 두지 않았다. 게다가 프로포즈의 화룡점정은 반지 아닌가? 만약 여자 친구가 목걸이를 착용하더라도, 나는 반지를 했을 것 같다.


인터넷으로나마 정보를 종합해보니 종로에서 반지를 맞추는 것이 괜찮아 보였다.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종로에서 예물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가격도 생각보다는 저렴한 편이었다. 그리고 잘 나가는 주얼리샾들은 매장도 따로 내고 공방도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작지 않아 보여서 신뢰가 갔다. 원래 잘 모르면 큰 곳을 가는 게 그나마 안전하지 않은가? 그래서 2018년 11월 어느 날 토요일 하루 날을 잡고, 여자 친구에게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한 후 종로의 주얼리샾 3곳에 들려서 상담을 했다.


나는 처음에는 다이아반지를 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통 5부 다이아몬드를 프로포즈 링으로 많이 한다던데, 생각했던 총예산이 있었는데 선물을 준비하다 보니 예산이 약간 초과되어서 다이아몬드 반지는 언강생심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웨딩밴드 형태의 커플링 중 여자 친구 것만 먼저 사고, 나중에 같은 디자인으로 내 것을 살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러자니 여자 친구의 취향이 너무 반영이 안 돼서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첫 번째 갔던 샾에서 이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그러면 샘플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가져가시라. 어차피 사이즈 때문에 다시 오는 경우가 많으니, 이벤트(!)를 끝낸 후에 같이 오셔서 고르시고 샘플은 반납해주시면 된다."라고 까지 제안을 해 주셨다. 두 번째 갔던 샾에서는 뚜껑을 여니까 작은 조명이 들어오는 케이스를 보여주셨다. 말만 들으면 조악할 것 같은가? 나는 화려한 것보다는 무난하고 담담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케이스를 보자마자 내가 했던 첫마디는 "제가 다 설레네요"였다. 어두운 공간에서 극적으로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것 같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정말로 생각보다 괜찮다.


마지막으로 들렸던 샾은 사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들어갔다. 왜냐하면 첫 번째로 방문했던 샾에서 상담해주시던 분이 무척 친절했고, 예산 안에서 괜찮은 선택지도 많이 보여주셨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들렸던 샾은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어서 마지막 샾도 차이가 없으면 첫 번째 샾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안녕하세요, 프로포즈 반지를 보러왔는데요, 제가 예산은 xx원이고, 다이아 없이 할 수 있는 걸 보고 있는데요."

"네...? 왜 그 예산에서 다이아 없는 걸 보세요? 충분히 가능한데?"


그리고 여러 반지를 보여주셨는데 대부분 예산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고 생각보다 괜찮았다. 사실 다이아몬드가 너무 작으면 오히려 있으니만도 못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 보니까 있는 게 훨씬 나아 보였다. 상담해주시던 분은 같은 사이즈의 다이아몬드라도 세공 방식에 따라서 크기가 작아 보이거나 커 보일 수도 있다고 하시면서, 당연히 등급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전문가가 육안으로 세세한 차이까지 구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셨다. 예물이라는 게 훗날 어려워졌을 때 자산이 될 수도 있으니 좋은 것을 한다고 하던데, 안 올지도 모르는 위기를 지금 대비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단지 이 반지를 여자 친구가 마음에 들어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계약서를 쓰고 구매를 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남은 일은 잘 프로포즈를 하고 승낙을 얻어내는 것이다.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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