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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정 Dec 09. 2019

아름다운 마을 산쿠


춤추는 산쿠 아저씨

생각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기억이 있다.

남에게 말고 나에게 말이다.


대학시절 유네스코 자원봉사단으로 네팔 아름다운 산쿠마을에서 2주 동안의 봉사활동을 떠올릴 때가 그렇다.

그곳의 순수한 아이들과 그와 못지않게 순수한 어른들의 눈빛을 떠올릴 때가 그렇다.

사람들이 좋아해 줘서 우쭐해졌었는지 나는 그때 내가 그들보다 더 나은 사람인 줄 알았다.

누가 봐도 외국인들의 자원봉사라는 명분으로 억지로 만든 듯한 마을 정자 철거와 정자 다시 세우기 프로그램이었다. 결국 빨간 벽돌만 옮기다 정자 모양새는커녕 흙더미인 상태로 2주는 끝이 났다.  

체계적이고 정확한 스케줄이 아닌 마을 사람들의 스케줄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자원봉사 스케줄을 마을 사람들에 대한 배려로 보지 않고 진행자들의 무능력으로 보았다.

정과 사랑을 주려는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나는 귀찮게 느끼고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를 사랑해줬던 어린아이들에게 한국에 돌아와서 몇 년간 편지 한 장 쓰지않았다.

겨우 겨우 5년이 지난 후에야 5년간의 미안함을 꾹꾹 담은 편지와 커다란 사진 꾸러미를 국제우편으로 보냈다.


얼마 전 티브이 여행 프로그램에 나온 여행자를 대하는 네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순수한 사랑을 담아 여행자들에게 관심을 표하고 있었고 다행히 화면 속 여행자는 그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눈빛에서 지금은 돌아가셨을지 모를 산쿠마을의 어르신들과 이제는 성인이 된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움을 펜에 꾹꾹 눌러 종이에 담았다.

산쿠 마을 사총사
산쿠마을 세 소녀
춤추는 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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