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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느 Oct 25. 2020

자존감을 내려놓으면 당신도 사악한 여왕!

-자존감 추락이 낳은 비극-

<백설공주>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익히 알려진 동화이다. 어릴 때부터 들어온 백설공주의 이야기 덕분에 계모에 대한 우리의 첫인상은 별로 아름답지 못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한 번쯤 이 이야기를 백설공주가 아니라 백설공주의 계모 입장에서 다시 본다면 어떨까? 당신도 당신 주변에서 섬찟한 진실을 만날지 모른다. 그리고 한 번쯤은 사악한 왕비를 위해서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르 흘러내릴 수도 있다. 당신이 부모라면 나는 어떤 양육자인가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게 된다.




세레나 발렌티노는 스토리텔링과 작법으로 유명한 만화 작가이자 소설가이다. <디즈니의 악당들> 시리즈는 디즈니가 기획하고 세레나 발렌티노가 쓴 소설로 악당들에 대한 재해석을 내놓는다. 이 글은 백설공주의 계모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흔히 예전 동화에서 계모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남편에게는 사랑받으려 애쓰는 좋은 여자를 자처하면서 전처소생의 아이들을 어떻게든 아버지의 눈밖에 나게 하고 결국 집에서 쫓아버리려고 계략을 쓰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계모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대단히 훌륭한 미담의 주인공이었다.


 

1. <사악한 여왕>에 나타난 두 아버지의 양육태도

세레나 발렌티노의 소설에는 사랑하는 아내를 일찍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2명의 딸을 키우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한 명은 백설공주의 아버지인 왕, 또 한 명은 백설공주의 새엄마인 왕비의 아버지 거울 장인이다. 이 두 남자의 공통점은 각기 죽은 아내를 무한 사랑했다는 것과 공교롭게도 죽은 아내를 꼭 닮은 아름다운 딸을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점이라면 한 사람은 절대권력을 소지한 왕이고, 또 한 사람은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이름난 거울 장인이라는 것. 그리고 왕은 아시다시피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또 다른 여자를 사랑하여 딸에게 새어머니를 맞이해 주었지만, 왕비의 아버지 거울 장인은 아내가 죽은 후 아내를 기억하게 하는 모든 추억을 없애고 평생 아내의 죽음의 이유를 물으면서 딸과 같이 외딴 고독 속에서 살았다는 점이다.


이제 이들에게서 자란 딸들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먼저 백설공주의 새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살펴보면 전과 후가 다른 사람이다. 남편인 왕이 죽은 후만 보자면 기존의 사악한 계모 중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역시 동화 속 계모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소설을 처음부터 읽다 보면 그녀가 사악한 여왕이 되어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공감을 하게 된다.


가장 사랑받아야 할 곳에서 인격적인 학대를 당하는 사람이 어떤 모습이 되는지를 섬찟하게 보여 준다. 성장기의 왕비는 자존감 낮은 사람의 전형적인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왕비의 아버지인 거울 장인은 아름다운 부인이 죽은 후에 그 죽음의 원인이 딸이라고 단정 짓고, 아내를 닮은 딸에게 무한 애정은커녕 무한 증오를 내뿜는다. 거울 장인을 찾아온 왕이 그녀에게 반했을 때마저 딸이 왕을 홀렸다고 퉁명스럽게 내뱉을 뿐이다.




2. 자존감 추락이 낳은 비극 <사악한 여왕>

왕비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사람의 마음과 호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늘 자신을 평가절하하고 살았다. 아버지가 죽은 후에야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용기를 가지게 된다. 왕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정말 아름다운 사람인가 의심을 반복하던 그녀를 백설공주의 아버지인 왕은 세상에 없는 소중한 사람으로 대접해 준다. 여태껏 받아보지 못한 자아에 대한 존중감으로 가득 차서 그녀는 자기 인생의 절정의 순간을 살게 된다.


그 사랑은 그대로 전처소생의 백설공주에게 돌아가서 단단하고 든든한 그녀의 보호자가 되어 준다. 백설공주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처음에는 친부인 왕보다 더 크고 더 세심하고 따뜻했다. 간혹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으로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경우가 바로 이런 케이스이다. 그러나 사랑을 아낌없이 자신과 딸에게 베풀어주고 믿어주던 남편이 죽어버리자 그녀는 애써 붙잡고 있던 믿음의 끈을 놓아 버리게 된다. 자신을 사악한 비난과 의심의 늪으로 몰고 가려는 세력에게 마음을 주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유혹을 하는 존재가 나쁜지 빠진 쪽이 더 나쁜지 모르겠으나 결말은 우리의 상상대로이다.


자존감을 높여 준 사람의 존재가 사라지고 나니 다시 아버지의 환영에 사로잡혀 자신의 내부에 있는 자존감이 낮은 자아가 그녀를 지배해 버린다. 성장기에 자존감의 추락을 경험한 사람이 자존감 효능감을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이와 반해 왕비에 비교될 만한 백설공주는 집안에 잘 보존된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 성장한다. 아버지의 배려로 어머니는 그녀에게 자랑이고, 닮고 싶은 사람이며, 죽어서도 아버지와 자신을 이어주는 존재이다. 게다가 좋은 새엄마를 만나 아버지 대신 자상한 보살핌을 받게 되고 아무 의심 없이 새어머니에게 자신을 맡긴다.


그녀는 한 번 믿은 사람을 의심하는 법이 없다. 결국 사악한 왕비에 의해 독이 든 사과를 먹게 되지만 난쟁이들에게 구조되고 왕자의 사랑도 얻게 된다. 처음 보는 사람마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이 게 단순히 그녀의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 못지않은 미모의 소유자였으니! 마녀들의 꼬임에 빠져 초라한 노파로 변하여 결국 다시 외모를 회복하지 못하고 절망과 비 탄속에 사라지게 되는 계모와는 달리 그녀는 왕자의 사랑을 얻고 다시 행복해진다.


결말 부분에 행복한 백설공주도 역시 거울 속에 다시 왕비의 얼굴을 마주한다는 암시적인 내용이 언급된다. 그럼 이제 백설공주는 또 어떤 사람이 될까? 왕비처럼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질투하고 내 주변에서 없애버리기 위해 자신을 증오로 활활 태우게 될까? 그 건 독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백설공주는 자존감의 효능이 높은 사람이니 뭔가 다르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자존감 높은 사람의 방식으로 새롭게 인생을 열어가지 않을까? 결국 누군가의 힘으로 극복한 자아효능감은 결국 내 것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3.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이 책은 자존감에 대해서 의미를 깊게 가져가는 글이다. 자존감 낮은 사람의 특징을 계모를 통해서 리얼하게 보여준다. 백설공주의 계모를 놓고 자존감의 키워드로 보면 성장과정 중에 좋은 자아효능감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이 스스로를 비하하고 학대하다가 결국 운 좋게 사랑이 찾아와도 스스로를 구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양육자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섬찟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좋은 점보다는 아쉬운 점, 더 키워주고 싶은 능력에 올인하다가 우리가 아이의 자존감을 참 많이 깎아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깊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누가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상에 없는 아름다운 사람도 되었다가 눈길 한 번도 주기 싫은 미운 사람도 되는 사악한 여왕과 백설공주의 스토리텔링은 깊은 여운을 준다. 그런 세월을 오랫동안 견디면 누구나 제대로 살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4. 어떤 상황에도 나를 지켜줄 '나만의 자존감 언어'를 만들어 보세요.

그러면 이제 당신이 어떻게 자란 사람이든 자존감 낮은 사람의 특징을 리얼하게 구현해 준 사악한 여왕, 자존감 추락이 낳은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려면 나는 어떻게 나의 자존감을 지켜야 할까? 나의 아름다움을 알아줄 왕이 나타나서 나의 자존감을 채워주기를 깊은 숲 속에서 끝없이 기다려야 할까? No!! 동화는 동화일 뿐. 오히려 현실은 내가 자존감을 높이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순간 모든 사람이 나의 존재를 아름답게 봐주고 나를 알아줄 사람을 만나게 될 확률이 높다.


내 인생은 나의 것!! 자존감을 스스로 세우지 않으면 결국 사악한 여왕처럼 어느 한순간 다시 추락하게 된다. 남 탓하지 말자. 누구에게나 유혹은 솔깃하지만 모두가 유혹에 넘어가지는 않는다. 나의 효능감을 높여줄 꿈같은 사랑이 나타나기를 기다리지만 말고 스스로를 지켜줄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으로 지켜지는 내 자존감은 그 사람의 존재가 사라지면 내 자존감까지 거품처럼 사라진다.


그럼 나를 지켜주는 자존감 언어 하나씩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자존감을 살리는 내 주문은 이렇다.

 넌 특별해. 이상한 게 아냐~~ 특별해서 그래.

 생각이 엉뚱한지 모르겠으나 나는 가끔 남들이 기대하지 않은 엉뚱한 생각이나 다른 생각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자존감이 낮을 때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하거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가 왠지 의기소침해지고 자신감이 급 떨어질 때가 있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왜 저래?" 하면서 볼 것 같은 느낌. 그럴 때마다 나는 나만의 주문을 외우곤 했다.

저 사람들은 너와 다를 뿐이야. 어차피 세상은 다른 생각을 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바꾸어 왔으니까. 오늘 용기가 없어 내 생각을 실행해 보지는 못하더라도 생각까지 위축되지는 말자.


그래도 자존감이 추락하는 날이 있다면 하루하루 성장하는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나를 다시 일으켜 보자. 그리고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엉뚱하다고 함부로 던지지 말자. 그들 역시 나처럼 특별한 사람이니까. 그 다른 생각이 나의 평범한 생각에 새로운 물꼬를 터 줄 수도 있는 법! 살아 있는 한 우리는 함께 성장하는 거니까. 서로를 존중하면서 우리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자존감에 대한 작가의 깊은 성찰을 엿볼 수 있는 동화 <사악한 여왕>. 자존감 효능을 키우고 싶은 분, 또는  자녀의 자존감 효능을 길러주고 싶으신 분은 한 번쯤 이 소설에 빠져 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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