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민박집의 풍경은 참 평화롭다.
바다가 보이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 짐들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창을 열면 싱그러운 바람이 거실을 느릿하게 통과하고, 마당엔 어디선가 날아온 풀꽃 향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해가 지고 나면 공기는 낯설게 변한다. 마을 전체가 워낙 조용한 탓에 밤이 되면 주변은 금세 짙은 어둠에 삼켜진다. 가로등도 드문드문 있어 처음 온 이들에게 이 고요함은 때로 생경한 공포가 된다.
그날의 손님도 그런 어둠을 뚫고 도착했다. 예약 리스트에는 여성 한 명과 아이 두 명이라고 되어있었다. 저녁을 먹고 늦게 체크인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미리 받았기에, 나는 손님이 도착하기 전 대문과 현관의 조명을 미리 환하게 켜두었다. 낯선 시골길을 찾아올 엄마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잘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비대면 체크인 방식이라 나는 손님의 얼굴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저 "잘 도착했다"는 짧은 답장을 확인하며, 보이지 않는 손님이 따뜻한 방에서 짐을 풀고 있을 모습을 머릿속으로만 그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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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다음 날 아침에 시작됐다. 휴대폰 진동 소리에 깬 내게 도착한 메시지는 예상보다 훨씬 무거웠다.
“사장님… 어젯밤에 방 안에서 좀 이상한 일이 있어서 거의 잠을 못 잤어요.”
뒤이어 걸려온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아주 낮고 가라앉아 있었다.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훨씬 더 불길한 예감이 드는, 지독하게 피곤한 음성. 손님의 설명은 이랬다.
아이들을 겨우 재우고 불을 끄고 누웠는데, 한참 뒤 '부스럭' 하는 기분 나쁜 마찰음이 들리더니 갑자기 방 전체가 환해졌다는 거다. 소스라치게 놀라 주위를 둘러봤지만 방 안엔 곤히 잠든 아이들뿐이었다고 했다. 잘못 봤나 싶어 다시 불을 끄고 누웠는데, 겨우 잠이 들락 말락 할 때쯤 또 ‘착’ 하는 스위치 소리가 나면서 불이 켜졌다고 했다. 그게 몇 번이나 반복되니까, 결국 아이들을 끌어안고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단순히 예민해서라고 넘기기엔 목소리가 너무 지쳐 있었다. 바로 CCTV를 확인했다. 민박집 담벼락 주변을 비추는 영상을 돌려보면서 혹시 누가 다가온 흔적이 있는지 하나씩 확인했다. 하지만 마당은 밤새 조용했고, 지나간 건 길고양이 한 마리도 없었다.
손님이 외출한 사이, 나는 양해를 구하고 방으로 달려가 전등 스위치를 점검했다. 우리 집은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스위치를 두 군데 달아두었다. 하나는 보통의 집처럼 문 옆 손잡이 높이에, 다른 하나는 바닥에 이불을 펴고 누워서도 쉽게 끄고 켤 수 있게 바닥에서 한 뼘 정도 떨어진 낮은 벽면에 있었다. 혹시 스위치 배선에 습기가 차서 합선이라도 된 걸까 싶어 수십 번을 눌러보았지만, 스위치는 너무나 멀쩡하고 경쾌하게 '딸칵' 소리를 냈다.
혹시 내가 모르는 집에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누가 들어오려 했던 건지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나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CCTV 확인 결과 외부 침입은 없었고 스위치도 이상 없습니다"라고 안심시켜 드렸지만, 사실 내 마음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날 밤은 나에게도 유독 길었다.
혹시라도 밤중에 다시 연락이 올까 봐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고 몇 번이나 화면을 확인하며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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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반전은 다음 날 체크아웃할 때 나왔다. 짐을 챙겨 차로 옮기던 손님과 대문 앞에서 마주쳤다. 손님은 나를 보더니 조금 머쓱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사장님, 죄송해요. 범인을 찾았어요. 도둑도 귀신도 아니었어요.”
알고 보니 범인은 잠버릇 고약한 막내였다.
침대 없는 방이라 아이들은 온 방 안을 굴러다니며 자기 마련이다. 아이가 잠든 채 뒤척이며 발을 뻗을 때마다, 벽 아래 달린 낮은 스위치를 ‘착’ 하고 눌렀던 거다. ‘부스럭’ 하던 소리는 이불과 벽에 스치는 소리였고, 불이 켜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헛웃음이 나왔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한숨도 같이 나왔다.
어둠은 사소한 것도 크게 느껴지게 만든다. 낯선 곳에서 이유도 모른 채 소리가 반복되고, 불이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한다면 별생각이 다 들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데리고 혼자 있는 상황이라면 더 그랬을 거다.
손님이 떠난 뒤, 빈 방에 들어가 스위치를 한 번 눌러봤다. ‘딸칵’ 하는 소리가 괜히 또렷하게 들렸다.
태양은 바다 너머로 사라지고, 깜깜해졌다고 해서 바다가 어디로 도망간 게 아니듯 우리의 평화도 잠시 가려졌을 뿐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