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끝을 정리하는 사람

by 이월

체크아웃 청소를 끝내고 소파에 몸을 던지자마자였다.

테이블 위 휴대폰이 요란하게 떨렸다.


카톡.

카톡.

카톡.


쉼 없이 세 번.

“사장님!!”

”죄송한데 반지를 잃어버렸어요.”

”진짜 중요한 반지인데, 침대방에 있을 것 같아서요. 한 번만 확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침에 봤던 모습이 떠올랐다.

쓰레기통 안에 케이크 상자가 구겨져 있었고,

반쯤 터진 풍선 몇 개가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다.

바닥에는 반짝이가 몇 개 남아 있었고,

떼어낸 양면테이프 자국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대충 정리는 했는데, 흔적은 남아 있었다.

아마, 프러포즈였겠지.


민박집을 하다 보면 별 걸 다 두고 간다.

충전기나 옷, 화장품 같은 건 이제 놀랍지도 않다.

한쪽 양말이나 머리끈은 거의 일상이다.

하지만 반지는 처음이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이미 다음 손님이 들어와 이틀째 머무는 중이었다.

지금 당장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이틀 뒤 확인해 보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나는 청소를 꽤 꼼꼼하게 하는 편이다.

웬만한 건 눈에 다 들어온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그 정도 물건을 못 봤을 리가 없는데.

약속한 날, 퇴실하자마자 방으로 들어갔다.


처음엔 침대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잠결에 빼놨다면 멀리 갔을 리 없었다.

매트리스를 들어 올리고, 프레임 틈을 들여다봤다.

손을 넣어 구석까지 더듬었다.

없었다.

혹시 굴러 떨어졌나 싶어 침대 아래를 봤다. 옷장 밑까지 시선을 밀어 넣다가 멈췄다.

‘설마… 옷장을 옮겨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허리를 폈다. 거기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세탁물에 섞여 들어갔을 수도 있겠다 싶어 세탁기 안까지 구석구석 살펴봤다.

이쯤 되니 생각이 자꾸 엉뚱한 데로 흘렀다.


그러고 보니 그날 집은 꽤 어수선했다.

여기저기 붙여놓은 양면테이프를 떼어내고,

바닥에 흩어진 반짝이를 쓸어 담느라 한참이 걸렸다.

그때 이미 기운이 다 빠졌었다.

솔직히, 더 찾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프러포즈를 했다는 건, 이 집을 자기들한테 의미 있는 장소로 남기겠다는 뜻일 텐데.

그 기억이 반지를 잃어버린 일로 남는 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이왕이면 웃으면서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방을 한 바퀴 더 돌았다.

그래도 없었다.

이 정도로 없을 리가 없는데.


잠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고개를 저었다. 거기까지 갔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른 데는 다 봤다.

남은 건 하나였다.

시선이 구석의 청소기로 갔다.

마당 한가운데 앉아 먼지 봉투를 꺼냈다. 칼로 봉투를 갈랐다.

묵은 냄새와 함께 며칠치 흔적들이 쏟아졌다.

머리카락, 먼지 뭉치, 종이 조각. 버려도 아무도 모를 것들.

젓가락으로 뒤적였다.

그 안에는 다 비슷한 것들뿐이었는데,

그 사이에 하나가 섞여 있었다.

버리면 안 되는 것.

반지였다.


손으로 집어 들어 털어내자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찾았다.”

소독해서 포장하고 우체국에 다녀왔다.

며칠 뒤,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사장님, 그때 반지 프러포즈 반지였어요.

덕분에 큰일 날 뻔한 거 막았네요.

저희 커플한테는 의미 있는 곳이 됐어요.

오래오래 영업해 주세요.

결혼하면 또 놀러 갈게요.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소파에 다시 앉았다.

손끝에 먼지 냄새가 남아 있었지만, 그건 뭐 어쩔 수 없고.

이 집이 누군가에게 추억에 장소로 남는다면, 그걸로 된 거다.

내일은 또 뭐가 없어졌다고 연락이 올까.

휴대폰이 잠잠한 게 오히려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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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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