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몬드의 명물, 리치몬드 나이트 마켓
리치몬드의 나이트 마켓은 꽤 유명한 이 동네 명물이다. 처음 리치몬드를 검색하면 주르륵 나왔던 사진들이나 정보들의 다수가 여기 나이트 마켓을 다루더라. 그래서 오기 전부터 무척 기대를 했었더랬다. 과연 어떤 시장이길래 이렇게 리뷰가 많은 것일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리치몬드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들을 데리고 나이트 마켓으로 향했었다.
나이트 마켓은 하절기 중 금토일 이렇게 주말에 여는데, 해가 늦도록 중천에 떠 있는 하절기에는 좀처럼 야시장의 느낌을 갖기 어렵다. 밤 10시가 가까이 되어도 이곳은 정말 날이 밝다. 내가 처음 도착했을 당시는 여름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야시장을 즐길 수 있었는데, 당시엔 여름에만 연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냥 다른 관광지에서 보듯 늘 여는 시장인 줄 알았더랬다(동절기에는 열고 싶어도 우기라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열기 어려울 듯싶긴 하다.). 그래서 우리를 만나러 온 친척들에게도 실수를 하기도 했다. ‘나이트 마켓이 유명해요!'라고 했는데, 가을로 들어서면서 문을 닫은 상태라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론 무조건 가기 전 정보를 꼭꼭 체크한다. 홈페이지에서 오픈 날짜와 시간 체크는 필수.
리치몬드 나이트 마켓 홈페이지 https://richmondnightmarket.com/
들어가는 입구부터 무척 많은 차들이 붐비는데, 리치몬드에서도 참 인기가 많은 장소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어렵사리 줄줄이 긴 차량의 행렬을 기다려 주차를 하고 들어서면 또다시 입구에 줄이 기다리는데, 입장권을 사는 것부터 보통 일이 아니다. 기다리기의 연속. 1일 입장권과 Zoom pass라는 단체 입장권. 이렇게 나뉘는데, 입장권에 따라 아예 입구가 다르다. 금액 차이가 있기 때문에 1일권을 끊는 것이 좀 더 부담이 없긴 하지만, 여러 명이 왔거나 몇 차례 더 올 걸 생각하면 차라리 단체 입장권을 구매하는 편이 더 낫다. 단체 입장권은 입장할 때마다 구멍을 하나씩 내어 출입하는 사람의 수를 센다. 물론 아이들은 아직 어리므로 그냥 패스!
나이트 마켓에 대해 솔직한 감상을 좀 풀어놓자면, 기대에 비해 -기대를 좀 많이 했는지도 모르겠다-, 막상 와보니 여타 다른 야시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는 느꼈다. 잔 재미들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아주 새롭거나 뭔가 특별하다거나 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어찌 보면 상대적으로 지역적 특색이 있는 여타 나이트 마켓들에 비해선 조금 밋밋하다고도 보인다. 캐나다의 마켓인데, 아시아의 색이 좀 많이 묻어나는 게 특징이라고나 할까? 특히 음식이 그러한데, 리치몬드는 중국인들이 다수 거주하기 때문에 음식 구성 등이 대체로 중국색이 짙다. 한국식과 일본식 음식들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대세는 중국음식. 그래서 처음엔 어떻게 시켜 먹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는데, 같이 왔던 중화권 친구의 도움과 몇 차례 경험을 통해 지금은 혼자서도 이것저것 잘 시켜 먹게 되었다.
물론 시장이다 보니, 상술이 어디 없겠는가? 잘 보고 잘 시켜야 한다. 처음 왔을 때, 누가 봐도 나는 참으로 어리바리한 상태였는데, 당시 아이들 둘을 주기 위해 음료를 시킨 적이 있다. 아이 둘이 각기 원하는 맛을 고르고 시키는 것인데, 딱히 사이즈를 묻지도 않고 어마어마하게 큰 점보를 주더라. 뭣도 모르고 받아 들긴 했는데, 아이들 얼굴만 한 음료를 받고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노. 영어가 부족한 나는 그냥 하고 싶은 말을 꾸욱 삼키고 돌아섰다. 살짝 그 음료 가게의 사람들이 얄밉긴 했다. 특히 포스를 뿜뿜 풍기시던 사장님이 (그 분의 포스때문에 그냥 돌아온 것인지도). 그 후 절대 절대 무언가 시킬 때 확인하고, 또 하고 또 하는 버릇이 생기긴 했다.
잡화들을 파는 가게들과 놀이시설들도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 왔다는 양말이 꽤 인기를 끌더라. 누군가는 질이 좋다고도 하는데, 까다로운 감각을 지니지 않은 나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한국산 양말에 대한 인기는 나름 실감하곤 한다. 전에 한번 아이들 생일에도 한국산 캐릭터 양말을 포장해서 선물을 했는데 아이들과 아이들의 부모들이 꽤 좋아하곤 했다. 그 한국산 양말을 한 번에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리치몬드 나이트 마켓이긴 하다. 나도 다른 물건들은 관심이 없는 편인데, 한국산 양말은 종종 한아름 구매해 가곤 한다. 선물용으로 쓰거나 어딘가 한 짝씩 사라지는 양말을 대체하며 자연스레 1년에 한 번씩 구매해두기를 적절히 잘 이용하게 된다.
놀이시설들은 크게 있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어쨌든 있긴 하다. 아이들이 좋아하곤 하는데, 이게 은근 비싸다. 몇 개 타지도 않았는데, 몇십 불 이상 훅훅 나가다 보니 처음 올 때부터 아이들을 단단히 교육시키거나 일정 금액을 쥐어주고 그 이상은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편이 좋다. 처음엔 계획 없이 왔다가 놀이기구를 쉬이 지나치지 못하던 아이들 덕분에 가벼운 지갑을 들고 귀가를 하게 되었다. 그 후, 나이트마켓을 갈 땐 딱 정해진 금액의 현금만 들고 향한다. ‘돈이 다 떨어졌단다’ 이러면서 미련 없이 돌아올 수 있도록.
날씨가 따뜻해진 지금은 나이트 마켓의 시즌이기도 하다. 주말마다 야시장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고, 해가 지지 않는 여름 밤을 심심하지 않게 보내는 중이기도 하다. 나도 지금은 꽤 능숙하게 야시장을 누비고 사람들에게 소개를 하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리치몬드의 밤과 시장을 즐기고 있다. 아주 특별하지는 않지만, 리치몬드라서 특별할 수 있는 곳, 리치몬드의 야시장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