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도 학원이 있다고?
“캐나다엔 학원 없지 않아?”
“아니, 많은데?”
“진짜?”
“어, 생각보다 많아. 나도 깜짝 놀랐는데?”
이곳에 오기 전에 캐나다라는 나라에 가면 학원이라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나름의 상상을 했었더랬다. 물론 오자마자 리치몬드 도심을 지나는 30분이 채 지나기 전에 모두 정말 상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곳도 생각보다 학원이 많다. 게다가 내가 사는 곳은 리치몬드는 거의 중화 캐나다라 할 수 있는 곳이니 아시아인들 특유의 교육열이 당연 높을 수밖에 없다. 즉 학원도 꽤 많다.
최근 캐나다에서도 사교육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는 뉴스를 보았다(출처: http://www.vanchosun.com/news/main/frame.php?main=1&boardId=17&bdId=61621&search_typeId=). 온타리오주의 이야기지만, 비단 그곳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BC 주에서도 학원은 꽤 많다. 그리고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 대학입시도 꽤 치열하기도 하다. IVY로 진학하고자 하는 친구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들 사이의 경쟁은 어디 못지않다.
이런 이야기들은 물론 한 중국인 친구가 알려주었다. 상하이에서 온 S는 딸 교육 때문에 캐나다로 오게 되었는데, IVY를 대비할 수 있는 IB diploma는 물론 커리큘럼과 학교 랭킹 등을 철저히 분석해보고 학교를 선택했다고 한다. (학교를 배정받는 방식이긴 하지만 전학을 가서 주소를 바꾸거나 국제학생인 경우 학교를 선택해서 진학할 수 있기도 하다. )
“어떻게 학교 랭킹을 알 수 있어?”
“그걸 정리해놓은 웹사이트가 있어.”
그러더니 자기 나라 말로 되어 있는 이미지를 캡처해서 하나 보내주더라. 문제는 한자라는 것. 어쨌든 그 원 데이터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는 추후에 알게 되었는데, Fraser Institution(https://www.fraserinstitute.org/)의 조사 결과더라. 여기 현지인들은 대체로 신경 쓰지 않는 데이터이긴 하지만 어쨌든 중국인 친구들 사이에서는 꽤 유의미하게 정리되어 돌아다니는 자료 같더라.
현지인 친구들에 의하면 이것들은 정말 무의미한 데이터라더라. 그들에 따르면 근거도 없고, 시험도 그냥 아무나 보기 때문에 신빙성도 없다고. 하지만 아시아인들에게 그런 게 쉽게 귀에 잘 들어올 일 없다. 그것보다 숫자가 더 눈에 콕콕 와서 박힌다. 그리고 명성은 물론이거니와 여러 요소로 명문을 가리고, 그 명문으로 정말 많은 학생들이 몰린다. 반대는? 반대인 학교에는 상대적으로 현지인들이 좀 많더라. 캐나다에서 좀 더 오래 거주한 현지인을 만나고 싶으면 데이터와 반대로 움직이라고 하고 싶다. (또 한편으론 '아무도 이렇게 랭킹을 만드는 것에 대한 반발을 하지 않는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초등학교까지 싹 다 비교해놨는데, 한국이었으면 이게 가능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같은 맥락으로 학원들도 대체로 중국인, 혹은 아시아 계열 사람들이 주로 다닌다고 보면 된다. 수학학원도 있고 영어학원도 있다. 수학이야 어디서든 중요한 과목이기도 하고, 이곳에서도 역시나 전문직에 이공계열이 인기 인터라 좋은 전공을 선택해 진학하고 싶은 아이들은 수학을 준비하는 듯하더라. 물론 이건 개인들에 따른 차가 있긴 하지만, 잘 운영이 되는 것을 보면 학생들이 적지 않게 있는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또한 영어 에세이 쓰기는 과외도 꽤 많이 받는 듯한데, 세컨더리(중고등)는 물론 대입, 그리고 그 후까지 제일 중요한 것이 이 에세이 쓰기 능력이라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알게 모르게 많이들 일대일 에세이 레슨을 받고 있기도 하더라. 첨삭도 받고, 에세이 쓰기도 연습하고. 물론 전부라 할 순 없지만, 공부를 잘하는 성실한 아시아 계열 학생들 중 적지 않게 튜터링 비슷한 것을 하기도. 어디 가나 공부에 대한 고민과 욕구는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실제 craiglists를 검색해보면 튜터링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중에서도 나는 종종 가는 리치몬드 중심가의 한 커피숍이 인상적인데, 이곳은 학원 중에서도 대입을 준비하는 학원들 사이에 끼어 존재하는 작은 커피숍이다. 흔하디 흔한 스타벅스, 팀호튼을 마다하고 굳이 주차도 불편한 이곳까지 오는 이유는 정말 말 그대로 '커피가 맛있어서'. 커피 맛이 뭐 아주 특별하다기보다는 한국서 종종 마시던 동네 바리스타의 커피가 먹고 싶어 온다고나 할까. 그나마 가장 비슷한 맛에 가장 비슷한 분위기다. 학원 앞에 떡하니 자리한 것도 그렇고. 그 카페 안에 가득한 검은 머리 아줌마들을 보는 것도 그렇고. 다른 것이 있다면, 학원 간판과 광고가 중국어요. 아줌마들의 수다가 중국어라는 것뿐. 이곳에서도 아이들 수업 마치기를 기다리는 엄마들이 커피를 마시며 쉬는 곳이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문득 한국인지, 중국인지 아니면 캐나다인지.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헷갈리더라. 아니면 제3의 그 어떤 곳인지. 혼돈 속에 커피 한잔을 마시며 지금 이렇게 캐나다의 중국어 홍수 속 브런치 글을 한국어로 채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