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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Jul 25. 2018

키즈카페에서 만끽하는 중국맘들과의 수다

이곳에서 키즈카페를 만나다니

  한국에서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데리고 가끔 엄마들끼리의 모임을 하곤 했다. 아이들이 어렸기 때문에 주로 갈 수 있는 곳은 키즈카페 같은 곳이었다. 한국에야 워낙 다양한 키즈카페가 존재하고 스타일도 다양했기 때문에 ‘골라가는 재미’라고나 할까. 그런 점이 있었다. 아이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놀아주거나, 그냥 같이 앉아서 보거나 식사를 하거나 등등. 아이와 함께 엄마들이 놀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곳이라 편리했던 기억이 있다.


  캐나다로 오면서 솔직히 잘 모르기도 했고, 정보도 부족했기 때문에 다시 키즈카페에서 함께 어울리는 일을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내가 잘 몰랐던 것임을 곧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점차 이곳 리치몬드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키즈카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스타일도 좀 다양했는데, 한국과 정말 유사한 스타일도 있었고 조금 이곳의 문화답다 여겨지는 것들도 있었다. 물론 나에게 이런 키즈카페를 알려준 사람들은 중국맘들이었다. 아무래도 이곳의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주체들 혹은 이용 고객들이 중국계열인 경우가 많더라.  


  중국인들의 상가가 집중적으로 밀집되어 있는 몰에 있는 키즈카페를 가장 처음 이용했었는데, 한국에서 주로 이용하던 곳들과의 차이라고 한다면 아이를 플레이룸에 넣어놓고 딱히 어른들이 대기하고 있을 곳이 없다는 것. 그래서 서서 쳐다보고 있거나 전화번호를 써두고 어딘가 (아주) 가까이에있어야 한다. 그러고 있다보면 곧 전화가 오곤 한다.  


“아이가 화장실 가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 쏜살같이 달려가서 아이를 화장실로 보내야 한다. 화장실을 데려가는 것은 내 몫인데, 그 안에 화장실이 없기도 하고, 화장실까지 거리가 제법 되기 때문인 듯 했다. 이 시설 자체가 몰 안에 있는 것이기도 하고, 완전 독립형 공간이 아니라 그런 것 같더라.  아주 가끔 어쩌다 이용하곤 했는데, 뭔가 안락함 같은 것을 찾기 어려워 가고 싶은 마음이 딱히 들지는 않았다. 일단 앉아서 쉴 곳이 없고 긴장 상태로 전화기를 내내 보고 있거나 아이가 노는 곳에 비집고 들어가 서서 쳐다보고 있거나 해야 했기 때문에. 그냥 가끔 애들이 놀고 싶다면 보내주곤 했는데, 이래서야 원 키즈카페를 이용한다는 이점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곳의 키즈카페는 한국과 같은 스타일이 없는 건 아닌가라는 편견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중국맘의 본격적인 초대를 받기 전까지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친해지는 중국맘들이 많아질수록 늘어가는 것이 정보와 짧은 중국어였는데, 그들을 통해 진짜 완벽한 한국형 키즈카페를 만나게 되었다. 물론 이곳의 이용자의 99%는 중화권이라 여겨진다. 스태프들도 중국인. 중국어로 안내를 하기도 하고, 영어로도 가능하다. 물론 나의 친구들은 모두 중국어로 안내를 받아서 들어가더라. 나 혼자 영어로 대화를. 그 무리에서 유일한 한국인이기 때문에. (물론 내 앞에서 다들 영어로 대화를 해준다. 고맙게도.)

  

일단 규모에 놀랐고, 이곳을 채우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 중국인이라는 것과 조금 비싼 금액에 세 번 놀랐다.


  어쨌든 처음 들어서는 리치몬드의 키즈카페에서 조금 놀라움을 느꼈다. 일단 생각보다 너무 크다. 우선 그 점이 놀라웠고. 그다음으로 입장료를 매기는 방식. 한 명의 아이와 한 명의 어른이 28불을 지불한다. 그런데 나는 아들이 둘. 따라서 이 경우 아들 비용만 내는 것이 아니라 한번 더 28불을 내야 한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싶었지만, 생일파티에 초대된 것이라 중국맘이 통 크게 모든 돈을 지불. 미안한 마음을 살짝 안고 들어가긴 했다.)


   아이들을 놀이 공간에 보내고, 초대받은 엄마들과 앉아서 대화를 하면서 무언가 비슷한 점을 느끼기도 하고, 한편으로 한국에서 누리던 것들을 이곳에서도 누릴 수 있다니 좀 신기하기도 했다. 대화 주제는 대부분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다. 아이들 이야기도 있고, 다이어트도 있고, 패션부터 시댁 이야기도 있다. 이들은 한국의 문화에 대해 꽤 많이 알던데, 아무래도 드라마의 영향이 큰 것 같다(이건 추후에 더 기술할 예정이다). 그리고 깊이 이야기하면서 고부갈등과 부부 사이의 갈등까지 한국에서 나누던 이야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에 친근함도 느끼게 되었다.


  이런 점들은 캐나다 현지인 친구들과는 아주 많이 다른 것이라 여겨지더라. 특히나 나이, 동안 피부, 몸무게, 패션아이템, 시댁 이야기 등을 캐나다 현지인 친구들과 하리란 건 쉽게 상상이 되지 않더라.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서 대화 주제를 고르는 게 무척 조심스럽기도 하고, ‘피부가 왜 그래?’라는 식으로 지적질을 했다가는 좀 큰 일이기도. 이 말인즉슨 반대로 중국맘들은 거리낌 없이 말을 하기도 하더라. ‘얼굴에 뭐 났네?’ (이거 한국서 친구들 사이에서 많이 겪었던 일인데, 여기서도 겪을 줄이야!)   낯설지 않아서 좋기도 하고,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고, 이곳이 캐나다인가 싶기도 했다. (다 이렇다고 하기엔 분명 무리가 있다. 개인의 차이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캐나다 현지인들이 더 자주 가는 곳은 카페라기보다는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스포츠 센터 같은 느낌이 든다. (좌 트레이닝 센터, 우 닌자 트레이닝 센터)


  캐나다 현지인들도 indoor theme park 혹은 indoor playground라는 곳이 있긴 한데 약간 분위기가 다르다. 무언가 스포츠 등을 배우거나 운동을 하는 느낌이고, 카페처럼 음식을 준비해주는 분위기가 아니다. 가끔 생일 파티 등을 열면서 초대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캐나다 현지인 스타일’과 ‘중국계열 캐나다인 스타일’을 비교해 체험해보는데, 서술한 대로 중국맘들이 우리와 비슷한 느낌. 캐나다 현지인 친구들은 만약 이런 공간에서 파티를 한다고 할지라도 대체로 부모들이 함께 있는 것이 아니고, 아이만 내려놓고 다시 시간맞춰 픽업을 하러 오는 편이긴 하다. 함께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 분위기가 아닌 편. 음식은 주최자가 따로 준비하는 식이라 키즈카페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실내 놀이공간(indoor playground)'만을 대여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또 대체로 실내 테마파크를 선호하지 않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이곳 리치몬드의 한 실내 트램폴린 (trampoline) 파크에서 사고가 나서 한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했던 터라 이미지가 좋지 않기도 하다.  대화 중에 한번은 이렇게도 이야기를 했다.

 

트램폴린 파크에서 세 아이의 아버지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 최근 고소에 들어갔다는 뉴스  (출처: https://www.cbc.ca)



“인도어 플레이룸? 거기 너무 세균(germ)이 많잖아. 그리고 위험해. 밖에서 놀아야지.”


  개인적으로 비싸기도 하고 밖에도 충분히 놀 공간이 많기 때문에 자주 가진 않긴 하지만, 어쨌든 대답은 해야 했다.


“그…… 그렇긴 하지? 나도 잘 안가.”


  이런 게 바로 문화 차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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