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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Jul 04. 2018

헬리콥터맘, 타이거맘 그리고 하키맘

끝도 없는 하키 사랑

  캐나다 사람들의 하키 사랑이야 워낙 유명한 터라, 이를 이야기하는 것도 자칫 식상해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캐나다 하면 하키, 하키 하면 캐나다. 마치 캐나다의 대명사처럼 캐나다는 정말 하키에 대한 인기와 열정이 대단한 나라라 할 수 있다.  


밴쿠버 커넉스


  이곳도 예외는 아닌데, 대표적이면서도 좀 과격했던 이야기를 꺼내자면 매트로 밴쿠버 커넉스와 관련된 폭동사태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 경기에서와 같이 하키도 지역 연고가 있는데, 리치몬드는 매트로 밴쿠버 소속이라 할 수 있으니 밴쿠버 커넉스가 홈팀이라 할 수 있다.) 2011년도에 스탠리컵(우승컵)을 목전에 두고 패배하는 바람에 팬들이 한판 뒤엎었던 사건이다. 유럽의 축구 폭동과도 유사하다고 보면 되는데, 심지어 이게 처음이 아니었다고 한다. 일단 평상시에 만나게 되는 대부분의 캐나다인들이 참으로 느긋하고 좀 친절한 편이라 생각했는데, 하키 팬심은 또 다른 이야기인가 보다. (물론 순식간에 시민의식 발휘해서 수습을 아주 잘 하긴 했다. 분명 시민의식도 좋은 곳이긴 하다.)

2011년에 일어난 하키 폭동(출처:위키피디아)


  보이는 순딩순딩 한 이미지와는 달리 진한 하키 사랑을 갖고 있는 이 친구들과 교류를 위해선 어쨌든 하키를 조금이라도 알아둬야 한다. 한국에서 친구를 만나 사귀게 되던 것과는 조금 느낌이 다른 면이 있기 때문인데. 이를테면, 한국에서는 다 같이 동시에 유행하는 것들이 있다. 드라마라든가, 쇼프로라든가. TV 프로그램, 영화 혹은 패션이라든가 인기 아이템 등을 통해서 대화를 하고 공감대를 쌓고 친해질 수도 있는데, 도대체 이곳은 워낙 다문화와 다양한 사람들의 개성이 있다 보니 어떤 특정 소재로 어떻게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조금 난감하기도 했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마스터셰프의 캐나다판이 막 방영을 시작해서, 이 소재로 대화가 가능할까 싶어 ‘혹시 마스터 셰프 캐나다 방영하는데 알아?’ 라며 말을 꺼냈지만 아는 이가 없어서 다시 말을 들이밀어 삼킨 적도 있다.  


  같이 보는 드라마, TV 쇼 등이 딱히 없다 보니 가장 공감대를 쌓을 수 있는 소재가 바로 ‘하키’더라. 이건 남녀노소 불문 대표적 소재라 할 수 있다. 어린아이들도 틈만 나면 하키를 하고, 같이 하키 카드를 나누고 하키 팀으로 이야기를 꽃피운다. 자연스레 아이들도 하키를 어려서부터 접하고 실제 경기도 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도 그래서 의도치 않게 친구 따라 하키 연습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하키를 배우는 방법에 대해서 찾아보니 딱히 한국처럼 학원 같은 시스템이 없더라. 동계 올림픽 경기장에서 이뤄지긴 하는데, 이용자가 많지 않기도 하고 나이가 10살이 넘어가면 수업을 받지 못한다. 그 후부터는 ‘제대로’ 팀에서 수업을 받는 듯하다. 그래서 좀 더 알아보니 대체로 4~5살 정도의 어린 나이부터 ‘마이너 하키팀’에서 일주일에 3회씩 모여 훈련과 경기를 내내 하더라. 주 3회라는 말에 일단 한번 놀랐고, 하키를 배우는 시기에 한번 더 놀랐다. 하키 이전에 스케이트는 언제 배우는가 궁금해 물어보니 그냥 걷기 시작하면서 배웠다더라. 어쩐지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곧 걷는 것이오, 뒤로 타나 앞으로 타나 그냥 스케이트와 하나 된 몸과 같이 보이더라.  

리치몬드에 있는 동계 올림픽 경기장(출처:위키피디아)


  마이너 하키팀에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절차가 좀 복잡했는데, 캐나다에서 태어났는가 태어나지 않았는가 등을 입증하는 서류부터 SIN 넘버(한국으로 치면 주민번호) 같은 것들을 내고, 거주 사실을 입증해야 하고, 뭐 좀 복잡했다. 그러려니 하고 꾸역꾸역 처리를 하긴 해나갔다. 그러고 나니 주변 하키 맘이었던 선배 엄마들, 혹은 현재 하키맘인 엄마들이 그러더라. ‘이제 고생 시작이네’


  뭐 의도치 않게 진짜 아이들의 절친들이 모두 하키를 하는 바람에 휩쓸려 가입하게 된 것인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닌가 보다. 일단 시합이 주말에 있는 편인데, 대체로 새벽, 혹은 아침 일찍 이뤄진단다. 새벽 7시에 하기도. 그러면 아이들을 깨워서 준비를 시켜서 하키 기어 등을 챙기고 경기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게 장난이 아니다. 일단 하키 기어가 정말 종류도 다양하고 많다. 그리고 무겁다. 바리바리 몸집만 한 가방을 들고, 아침부터 이리저리 다니는 게 일이더라. 그리고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앉아서 내내 기다려야 한다. 아이들을 링크 위에 두고 어디 다녀오면 안 된다. 잠깐은 몰라도. 우선 어린애들은 화장실 문제 등을 직접 처리하라며 지켜보라고 하고, 아이들을 두고 어디 가는 분위기도 아닌 데다가(모두 앉아서 응원하고 기다리고 있다). 시간상 어디 다녀오기도 애매하다.  

부모들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의 경기를 지켜보다가 다른 하키맘들과 말을 조금씩 트게 되고, 알아가게 되더라. 한 번 두 번 여러 번 보다 보니, 얼굴도 익고 서로 같은 처지(?)라는 생각으로 친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물론 여기서도 중국 맘들과 현지 맘들이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다. 조금 개별적인데, 덕분에 깍두기(?)인 나는 어정쩡한 상태로 여기저기 어설프게 엮여있긴 하다.  


  하루는 캐나디안인 선배 하키맘에게 이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니, ‘중국은 타이거맘이고 한국은 헬리콥터맘이라며? 캐나다는 하키맘이야.’라면서 농담 섞인 이야기를 하더라. 내 생각에도 하키맘이 되는 게 생각보다 좀 어렵긴 하다. 그리고 하키는 커갈수록 그 경쟁이 진짜 진짜 심하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이 여기 아이들처럼 어려서부터 했던 것도 아니고 친구 따라 스케이트 신게 된 거라 얼떨떨하기도 하고. 오래 하면 안 될 것 같긴 하다. (일단 기어를 다 샀으니 꾸욱 참아보는 것으로)

커넉스 유니폼을 입고 하키 연습 중


“그나저나 왜 이렇게 하키를 좋아해요? 캐나다 사람들은?”

“아마도, 우리를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르게 만들어주는 게 하키가 아닐까?”


  그런가 보다. 어쨌든 전에 없이 공통 관심사(하키를 배우는 아이를 둔 엄마라는) 다른 친구들 사귀기엔 나도 좋긴 한데, 나는 적당한 때를 기다려야겠다. '그만둘 때'.





※ 안녕하세요? 융융이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회차에 사정상 직접 사진을 많이 못 찍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지난 일주일이 마치 일년같이 길고도 험난한 주였기 때문에 미처 사진을 찍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짐을 싸고 이사를 처리해야 했고, 양쪽 집을 정리하면서 그 와중에 방학이 시작되고...... 지금 이 글도 인터넷이 안되는터라 무선 데이터를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한국의 신속정확 이사와 인터넷 설치가 그리운 나날이었답니다. 이번 한 주는 심신을 다시금 가다듬고 현지 사진 팍팍 찍어 올리겠습니다.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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