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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Nov 28. 2017

Remembrance day

BC생활기 23

작성일: 2017.11.6



#BC생활 23

11월 11일이 Remembrance day더라. 우리나라는 이날이 빼빼로 데이인데. 이름이 참 예쁘게 다가오는데, 실은 일종의 현충일 같은 날이라 보면 되겠다. 1918년 11월 11일 11시에 1차 세계대전의 휴전협정에 사인한 날을 기념하며 생긴 날이다. 공식적인 종전은 1919년이지만, 어쨌든 그전부터 협상을 해서 성사시킨 것이니, '이날로 치자'인 듯하다.


엄밀히 영국의 기념일인데, 캐나다도 그러고 보니 영국령이었더랬지 싶더라. 하도 미국적이라 영국의 전통이 잘 안 느껴졌는데, 그래도 이것저것 남아있는 것들이 있더라. 하긴 총리제도인 것도 그런 것이지 않나 생각은 들었다. 정치제도는 잘 모르므로 그냥 어물쩍 넘기겠다.


둥그런 모양의 붉은 배지가 있다.  11월 11일부터 약 2주일 정도 가슴에 달고 다니더라. 이날을 잊지 않기 위해 기념하는 것인데, 보다시피 poppy(양귀비)다. 처음에 웬 양귀비를 이리저리 장식해놨나 궁금했는데, 내막을 알고 보니 의미가 깊더라.


이 poppy 모양으로 Remembrance day를 기리게 된 전통은 캐나다의 의사 출신 중령이었던 John McCrae라는 사람이 쓴 In Flanders Fields라는 시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시를 찾아보니 양귀비가 핀 무덤에 대한 글귀가 있더라. 영어를 잘하진 못하지만 시가 꽤 가슴에 닿았다.)


시에서 시작했다는 게 꽤 운치 있다. 비록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희생해야 했던 슬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TV 뉴스를 보면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이걸 다 차고 나온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도 거의 다 차고 있더라. 여기 문화를 제대로 알 일 없는 나는 처음엔 뭔지 몰라서 호기심을 갖고 쳐다만 봤다.  그러다 커뮤니티 센터에 비치되어 있는 설명을 보고 알았다.


일반인들에게도 나눠주는데, 돈을 받는 건 아니고 기부를 받는 형식으로 해서 원하는 만큼 가져갈 수 있게 한다. 나도 기부하고 가져왔다. 3개. 솔직히 우리랑 아주 큰 관련이 있는 날은 아니지만, (현충일이나 제대로 챙겨야지.) 그래도 나름 기념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기도 했고. 그래서 가져왔다. 아이들도 뭔지도 모르고 사람들이 하니깐 자기도 하고 싶다고 해달란다. 우리 아이들은 심하게 적극적이고 뭐든 하고 보는 성격이라 배지도 왕창 달라는 걸 설득해서 딱 3개 가져왔다. 자칫 주렁주렁 매단 훈장처럼 10개씩은 달 기세다. 이 날과 poppy의 뜻을 설명은 해주긴 했는데, 알아먹나 싶다.


똑같은 말 여러 번 하면 대충 기억은 하던데,  차차 remember 가능하겠지. 그리 생각했다.


<In Flanders fields> by John McCrae


In Flanders fields the poppies blow
Between the crosses, row on row,
That mark our place; and in the sky
The larks, still bravely singing, fly
Scarce heard amid the guns below.

We are the Dead. Short days ago
We lived, felt dawn, saw sunset glow,
Loved and were loved, and now we lie
In Flanders fields.

Take up our quarrel with the foe:
To you from failing hands we throw
The torch; be yours to hold it high.
If ye break faith with us who die
We shall not sleep, though poppies grow
In Flanders fie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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