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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Nov 28. 2017

캐나다는 Tim Hortons

BC생활기 25

작성일: 2017. 11. 12


#BC생활 25

이곳에서는 차려입을 일이 없다. 서로 신경 쓰지도 않고, 내가 예쁘게 입는다 한들 갈 데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편하다. 점점 트레이닝복만 익숙해져서 큰일이다. 나중엔 점점 옷도 안 살까 걱정이다. 그래도 '나는 소중한데'.


오래간만에 오늘은 특별한 행사가 있어서 치마에 힐도 신었다. 그래서 기념차 찰칵. 안타깝게도 전신샷은 못 찍는다.  무척 불편하다. 힐을 신기 기피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디디게 될 도로가 가장 큰 것 같다. 온통 울퉁불퉁하고 고르지 못한 도로에 힐이라니. 뿐만 아니라 진흙도 여기저기. 그냥 힐을 신으면 깨끗하게 돌아올 자신이 없는 것도 한몫한다. 의식적으로 날을 정할까? '힐 신는 날' 다만, 몰만 다니는 날로. 한국서 당연히 하던 것들이 괜스레 낯설다.


이곳서 애들과 자주 가게 되는 곳이 Starbucks와 Tim Hortons인데, 나는 커피홀릭이라 Starbucks를 도넛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Tim Hortons를 선호한다. Starbucks 한국서 골드멤버였는데, 여기서도 달성하긴 했다. 가장 저렴한 brewed coffee로.  한국보다 조건이 더 까다로운데도. 즉, 한국보다 더 많은 포인트가 쌓여야 하는데도! 포인트는 '잔 개수'가 중요하지, 가격이 중요하지 않다. 별로 어렵지 않더라. 원래 아메리카노를 먹지 않고 drip coffee를 먹는 취향을 가진 나에게 이곳의 커피 가격이 무척 반갑다. 2불 조금 넘는 금액으로 스타벅스를 마실 수 있기 때문. 그러고 보니 한국의 커피가 비싸다.


스타벅스는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진동벨을 쓰지 않고 사람이 끝까지 이름을 부른다더라. 그래서 가끔 그들이 부르는 말이 내가 아닌 거 같아 놓치기도 한다. 물론 계산대에서 바로 받는 brewed coffee가 아닌 경우. 비 오는 날이면 cappuccino를 한잔씩 하곤 하는데, 문제는 이곳은 매일 비가 내린다. 카푸치노로 꽤나 돈이 나간다. 그래도 저혈압인 터라 비 오는 날 거품을 내어 살짝 배어 나오는 달짝지근한 우유와 쌉싸름한 커피가 절실히 필요한 나는 카푸치노를 사치스럽게 나한테 선물한다. 낯선 땅에서도 버릴 수 없는 취향이다. (그래서  milk frother, 즉 우유를 데우거나 거품을 만드는 기계를 샀다. 이거 만들어 먹는 게 훨 남는 것이기 때문. 이미 본전은 다 뽑고도 남았다. 핫초코나 데운 우유, 카푸치노 등등 원하는 만큼 막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결국 스타벅스에 자주 오다 보니, 스타벅스를 배려하게도 되더라. 내 이름 부르기 어렵다. 한국서도 제대로 부르는 사람 본 적 없는데. 결국 이름을 바꿨다. 편한 닉네임으로. 그러데 덕분에 내가 내가 아니라 자꾸 들어도 무시한다. '나 불렀어? 미안.'


그렇게 휴머니즘을 강조하지만, 아이러니답게도 가장 모바일 기기를 잘 활용하는 곳이 스타벅스다. 한국처럼 여기도 app과 카드가 연결되고, 미리 app으로 결제해서 픽업만 하는 siren order 기능이랑 똑같은 것도 있다. 물론 한국선 매번 썼던 기능이지만, 이 곳서는 무조건 얼굴 보고 주문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표현도 배운다. 커피 잔을 다 채우지 않고 좀 비워둘까?라고 물으면서 room이란 단어를 사용한다던가, children temperature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자잘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어쨌든 스타벅스는 진짜 많다. 위세가 정말 대단. 그런데 그것과 비등하게 많은 매장이 있다. 바로 Tim Hortons다. 커피랑 도넛을 파는 곳인데, 캐나다 토종 브랜드다. 그래서인지 모르겠는데 가는 곳곳에 다 있다. 공항이며, 주유소며, 편의점과 같이 입점해있기도 하고. 스타벅스보다 더 대중적으로 다양한 곳에 더 많은 느낌이다. 커피보다는 도넛은 진짜 맛있는 편인데, 느낌이 Dunkin Donuts와 비슷하다. 도넛 종류도 많고, 개인적으론 던킨보다 맛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던킨도넛이 없다. 눈 씻고 찾고 또 찾아도 없더라. 캐나다인들 입장선 미국 던킨보단 캐나다 팀 호튼인가? 팀 호튼에선 앉아서 먹은 적이 없어서 사진이 없다. 대신 CBC서 업어온 사진 투척. 붉은색이 대표 컬러다. 팀 호튼 커피는, 음, 공항서나 고속도로서 먹음 맛있다. 그냥은, 잘 안 먹게 되더라. 가장 저렴한 drip coffee만 먹는데, 팀호튼은 커피가 썩 내 입맛이 아닌 터라. 아니, 그것보다는 컵이 불편해서? 커피 컵 뚜껑이 유독 불편하다. 아마도 그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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