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융융이 Feb 28. 2018

맥심 커피 믹스

그래, 네 입맛에 딱 맞드나?

무작정 쉰다는 마음뿐이었지 딱히 무언가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사람 버릇은 어디 안 간다고 하더니 그게 딱 맞는 것 같다. 한국어 수업을 하게 되면서 정말 재미를 많이 붙여서 이것저것 더더 끌어와서 하게 되는 것 같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가르치게 된다. 그리고 언어는 문화와 별개로 다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아도 한국문화 수업이 척척 함께 진행된다.


다행히도 제임스는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 세계적인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BTS라고 평상시에 부르긴 하지만, 방탄소년단이라는 말도 알더라. 덕분에 한국어와 한국문화 수업이 꽤 수월하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점점 더 깊이 있게 받아들인다. 가사를 알게 되는 재미도 있는 것 같더라. (그런 의미에서 Kpop 가사들이 뜻을 좀 더 담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해외 Kpop 팬들이 한국어 공부를 할 때,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임스가 수업 중에 가장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는 영어명을 한국식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를테면 워싱턴, 커피, 발레파킹 등이 그러한 것들인데. 매번 볼 때마다 무척 좋아하고 알려주기 전에 자기가 먼저 부르거나 써보기도 한다. 나 같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다른 나라 언어에서 쓰이는 한국어를 그 나라식으로 표기해놓은 것을 보면. 어쨌든 그래서 영어식 발음보다 좀 더 담백한 한국식 발음에 대해 적응을 꽤나 잘 하고 있다. 다만 영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이한 한국어의 억양을 따라 하기 위해서 발음을 할 때마다 손직으로 억양을 흉내 낸다. 자꾸 아래 방향으로 손을 내리면서 말하는데, 마치 R&B의 여왕 박정현의 제스처와 같다고나 할까. 일정한 억양이 좀 힘든가 보다. 이런 부분이 힘든 포인트일 줄 몰랐다. 이것 말고도 한국어 공부에서 어려워하는 포인트들이 있는데, 차차 풀어보리라.


스터디는 항상 조용한 카페에서 진행하는데, 그래서 늘 커피를 사서 마시곤 했다. 그런데 여기서 만난 많은 캐나다 현지인들이 생각보다 커피를 블랙으로 잘 안 마신다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 주문을 하면서 제대로 못 알아들으면 달디 단 설탕 커피를 먹게 되기도 하고, 어영부영 'yes, yes.' 하면 크림까지 덤으로 추가된 우리나라 커피믹스 그대로 나온 커피를 손에 들고 맛을 보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무조건 'black'임을 강조해서 주문을 해야 한다. 이게 좀 신기했던 것인데, 한국에서 흔히 커피를 마시면 '따아'나 '아아'가 대세였다. ('따아'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아아'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줄임말이다.) 이곳에서는 그냥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 캐나디안 친구를 아직은 못 만났다. 나는 아메리카 노파가 아니라 가장 저렴한 드립 커피 파라 또 좀 다르기도 하고. 블랙이라는 공통점을 빼면 두 커피는 엄연히 정말 다른 커피이므로 같은 범주에 놓고 싶지 않다는 나의 커피에 관한 개똥철학 정도로 보면 될 듯하다.


매번 현지인들과 함께 커피를 사서 마시면서 '참 무언가 첨가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문득 한국의 커피믹스가 인기 있다고 하던데, 진짜 좋아할까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선물로 한번 커피믹스를 사서 주었다. 원래는 맥심모카골드를 사고 싶었는데, 패킹 디자인이 바뀌었는지 예쁜 이나영의 얼굴이 보이지 않더라. 그리고 처음부터 모카골드보다는 오리지널로 승부를 보고 싶어서 이나영이 환히 웃고 있는 붉은 오리지널 커피믹스를 사 왔다.


제임스에게 읽어보라고 하니. 특유의 담백한 한국어 '커피믹스'라고 노력해서 발음한다. 그리고 커피에 대해서 설명했다. 집에 가서 마셔보고 다음 시간에 맛이 어땠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알았다. 완전히 커피믹스의 팬이 되어 있더라. 그다음에 만난 수업 시간에 커피숍에서 커피는 안 사고, 자기 컵에 타 온 커피믹스를 홀짝거리며 마시더라. 심지어 이 친구뿐만 아니라 이 친구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가 커피믹스의 팬이 되었다. 아버지가 살짝 몰래 하나씩 빼어 드시면서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신다는 이야기를 이 친구의 어머니를 통해서 들었다. (제임스의 어머니로부터 영어를 배우고 있기 때문에 얽히고설킨 관계다.) 정말 커피믹스는 대단한 제품이구나 생각했다. 한인 마트에 가서 사다 달라고 제임스의 어머니에게 부탁한 제임스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하나 더 사다 드리기로 했다. 본인이 괜찮다고 직접 사겠다고 했는데 사다 주는 이유는 실은 따로 있었다.


"실은 비밀병기가 하나 더 있답니다."


다음엔 맥심모카골드다. 맥심모카골드로 영혼을 송두리째 사로잡으리라!


겨울에도 반팔을 입는 캐나다인을 정말 많이 본다. 카페에도 자신이 먹던 음료를 가지고 와서 먹는 당당함과 손님이 그러든 말든크게 제재하지 않는 점원은 좀 신기하긴 했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어 교육 시작-비정상회담 출연을 목표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