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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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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 Sep 10. 2018

양자리와 전갈자리와 사수자리의 여행, Day 1


013. 별자리

[마음이 맞는 동료와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날이에요. 상냥하게 대하면 좋답니다.]

각자의 집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길, 한 친구가 자신의 오하아사 별자리 운세를 보냈다. 그렇다면 나도?

[지나치게 열심히해서 지쳐있는 기색이에요. 스트레스를 모으지 말도록 해요.]

양자리는 12 별자리 중에 10위. 곧바로 도착한 사수자리가 12위인 게 위로가 됐다.

[차가운 인상으로 인기 운이 낮아져요. 커뮤니케이션을 소중히 하도록 해요.]

어쩐지 하루 종일 배가 고프다는 얘기만 하더라니. 겸사겸사 뒤져 본 네이버의 양자리 운세는,

[스릴있는 하루가 예상됩니다. 마음 조이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긴장감을 유발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만족스런 하루가 될 것입니다.]

일단 결국에는 만족스럽다잖아. 그렇게 나란히 배낭을 짊어진 세 사람을 태운 후쿠오카 행 비행기는 날아올라서, 잘 날아갔으면서 공항에 착륙할 곳이 없다며 30분을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멀미 기운이 턱끝까지 차올랐을 때 쯤에야 내려주었다.

줄을 잘못 서서 남들보다 두배의 시간을 입국 대기줄에 서 있던 사수가 핏기없는 얼굴로 말했다. ”나마비루 한 잔만 마시면 진짜 이 피로가 싹 풀릴 거 같다.” 일본어를 쥐뿔도 모르는 양, 내가 말했다. “비루가 맥주, 나마는?” 작년에 일본 행 비행기를 5번 정도 탄 전갈이 친절하게 말했다. “나마는 생맥주의 생.” 사수가 덧붙히길, “빙비루 하면, 병맥주.” 이렇게 하나하나 알아가네요. 아리가또와 스미마생을 헷갈리는 양이 말했다.

나마비루 한 잔이면 된다던 사수는 당연히 두 잔을(1리터를) 먹었고, 전갈은 일본어를 하기만 해도 박수를 받았다. 어차피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회계를 해볼까. 양은 아이패드를 꺼내들고 영수증을 정리한다. 모습만은 샤일록, 그러니까 고리대금업자, 하지만 언제나 더하기 빼기를 하기 위해 두뇌를 풀가동 해야한다. 사수는 맥주를 마시고, 산토리 하이볼을 마시고, 전갈은 3박 집세를 지불하며 또 일본어를 써서 박수를 받고, 무려 800엔이나 할인을 받는다.

그러니까 좋은 여행의 시작.




그림일기 365

아이패드 프로와 펜슬을 산 게 아까워서 시작한
나 자신과의 1년 짜리 약속.

ps. 나에게는 셀프 약속을 잘 어기는 재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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