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일기

둘이 같이 100%

by 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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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 둘이 같이 100%


중간에 한 번 그런 얘기를 했다. 이렇게 가는 게 맞을까요?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팁이라든가, 그런 걸 더 넣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실용서는 아니지만 어쩐지 그런 걸 기대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고. 더디게도 올라가는 후원금액을 붙들고 일희일비하는 와중에 머리는 복잡하고, 글을 좀 더 수정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좀 구성을 바꾸면... 미친 사람 같나?(미친 사람이다) 온갖 생각과 물음표가 떠다닐 때마다 침착해 준 친구 덕분에 원래 왜 이 책을 쓰고자 했는지를 잊지 않고 어떻게인지는 모르지만 흘러왔다. 그리고 오늘, 온갖 대비책을 마련하며 고심하던 펀딩 마감일 D-2에 마침내 100%를 달성했다. 어떤 성취를 제대로 기뻐하지 못해서 그게 참 마음이 아프다는 얘기를, 어제 한 참이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기뻤다. 고마웠고, 기뻤다.


이 나이까지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가도 괜찮은가 생각한 것이 또 겨우 몇 주 전이다. 나도 이제 좀 도울 때가 되지 않았나. 왜 이렇게까지, 계속 도움을 받고 덕분에 살아가야 하는 거지? 그럴 때마다 <둘이 같이 프리랜서>가 좋은 책이리라는 믿음이 있어서 괜찮았다. 여러분은 좋은 책을 사셨어요. 사시는 마음에 저희 둘을 좀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을 수 있겠지만, 뭐 좀 그렇다고 해도 어떤가요? 그러니까 그 좋은 게 무엇이냐고 묻느냐면 나는 순수한 독자가 아닐 것이므로 정확히 답할 수 없지만, 엄청 대단하고 멋진 걸 배우거나 깨닫지 못한다 하더라도, 좋았다거나, 재밌었다거나, 이렇게도 살아가는군 하고 생각한다거나, 이런 사람(친구 말고 나)도 대충 먹고살고 있군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괜찮고, 일단은 꽤 까다로운 독자인 내가 재밌으니까(근데 나는 내 일기도 재밌어하는 사람인데) 모르겠고, 괜찮을 거야. 재밌을 거야. 저는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제 밤에 만들고 잤던 체크리스트를 오늘 올렸고, 오후에 하나 하나 체크를 해봤다. 여기에다가 두 끼를 챙겨 먹었고(배가 고파서 이제 그만 눕고 싶다는 얘기다), 펀딩 달성 퍼포먼스로(의미부여를 좋아한다) 5km 달리기도 했고, 달리면서 아마 앞으로는 낮에 달려야 할 것이라는 깨달음을 자연스럽게 얻었고, 장도 봤다. 며칠 치 식량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고, 그러니까 샤워를 좀 빨리 하면 만사 오케이다. 잠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요. 내일도 정신을 차리고 그날의 마감을 하고, 책 홍보를 할 것입니다. 좋았어!


내게는 아직 새로고침을 할 48시간이 남아있고, 가능하다면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사고, 또 읽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는 아주 많은 진심의 도움을 받았다. 펀딩이 마감되면 제대로 기뻐한 다음, 그러니까 양꼬치를 먹은 다음에 또 나아가볼 생각이다.


일단은 둘이 같이 100%, 여기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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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365

아이패드 프로와 펜슬을 산 게 아까워서 시작한
나 자신과의 1년짜리 약속.

ps. 나에게는 셀프 약속을 잘 어기는 재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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