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 Unlimited
언리미티드 에디션 전날, 그러니까 금요일 밤. 북서울미술관에 가서 부스를 확인하고 책의 발문을 붙이고 판매할 책을 퀵으로 받고 다시 집에 돌아왔던 그 밤, 아홉시 조금 넘어서 퓨즈가 꺼지듯이 픽 쓰러져 잠이 들었다. 준비해 가기로 한 코멘터리 북 코멘트도 안 썼고, 급하게 들어온 마감도 하나 남아있었는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마도 스트레스가 쌓였었겠지. 제가 보기보다 예민해서요. 깨어나니 새벽 네시 반이었다. 식탁엔 친구의 코멘트가 달린 책 한권, 두가지 색의 포스트잇, 북마크용 컬러 테이프가 놓여있었다. 전날 설치한 앵두 전구를 켜고 코멘트 부분을 듬성듬성 읽은 뒤 내 코멘트를 달기 시작했다. 사소하고도 중요하고 웃기지만 애틋한, 책에는 넣지 않은 이야기들을. 동이 터 올 쯤 마무리하고, 마감을 했다.
이후 이틀은 그냥 흘러갔다. 서울을 가로질러 내부순환로를 타고 북서울미술관에 가서 책을 팔고, 돌아온다. 그걸 두 번 반복하는 동안 미술관으로 받은 모든 책을 팔았고, 간식을, 커피를, 꽃을 사들고 찾아온 친구들을, 지인들을 만났고, 반가워했고, 깔깔 웃었고, 또 책을 팔았고, 스티커도 팔았고, “이 책 재밌을 거 같아요!”하는 분께 “재밌어요!”하고 당당하게 대답했고, 사랑스럽고 단단한 책을 또 몇 권 샀고, 또 책을 팔았고, 내 나이 36세 이젠 오직 돈 생각 뿐이었다.
이토록 다정한 이들의 도움으로 잘도 살아온 것이 자랑스럽고 고마운 이틀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책은 재밌습니다. 제가 좀 전에 코멘트 본다고 또 읽었어. 제가 잘 알아.
백시간을 잘 순 없다. 내일은 내일의 택배 포장과 배송이 있고, 또 마감이 있고, 약속이 있다. 혓바늘이 좀 나고 발바닥이 부었지만 내일은 친구들이 주고 간 음식으로 첫 끼를 먹고 또 부지런히 남은 일들을 해나갈 것이다. “할 수 있다!” 판매가 약간 부진할 때마다 주먹쥐고 퍼포먼스 한 뒤 깔깔 웃었던, 그 순간들처럼. 어쨌든 우리는 어디론가 가고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