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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웅 Aug 27. 2017

6화: 5일의 썸머

꿀빵 같았던 여름휴가 이야기


- 여름휴가 다녀올게


여름휴가가 다가왔다. 날짜를 정할 때만 해도 언제 오려나 싶었는데 막상 다가오니 걱정과 설렘이 요동쳤다. 그래도 솔직히, 설렘이 조금 더 크게 요동치긴 했다.


바쁜 업무를 뒤로 하고, 주말을 포함한 5일간의 여름휴가를 떠났다.






1.

휴가를 알차게 쓰고 싶었다. 보통 주말 같으면 수면제 먹은 사람 마냥 늦잠을 자겠지만, 그 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졌다.


마치 강박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되도록 일찍 일어나서 최대한 길게 이 시간을 누리고 싶었다. 모처럼 평일에 자유로운 시간 아닌가. 일주일에 이틀뿐인 주말이었으면 엄두도 못 냈을 3시간짜리 영화도 보고, 미용실에서 머리도 했다.


- 너무 과하지 않게, 자연스럽지만 그래도 티는 나도록 해주세요


펌에 도전했다.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은 용기가 나질 않았고, 약간의 변화를 주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펌을 한 듯 안 한 듯 애매한 머리가 되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용기를 내볼까.



2.

- 휴가 때 어디 갈 거예요?


휴가를 떠나기 전 직장 동료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이다. 그럴때마다 대답했다. 통영으로 간다고.
서울에서 멀리 떠나고 싶었던 건지 바다를 보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마음이, 그리고 발길이 닿았다.


바다 내음 가득한 통영항


렬사, 동피랑, 한려수도 케이블카, 이순신 공원까지. 통영에서 유명하다 할 수 있는 곳들을 위주로 동선을 짰다. 동선만 보면 '관광'에 가깝긴 하지만, 중간중간 휴식과 추억, 낭만이 함께한 덕에 '여행'이라 해도 손색없다.


동피랑에서는 통영의 먹거리 명물인 꿀빵도 구매했다. 직장동료들에게 하나씩 보내주고, 우리 집에도 하나 보냈는데 아직까지 안 오고 있는 게 의문이다. 언제 오려나.


미니 선풍기, 너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니


우산을 양산처럼 쓰고, 미니 선풍기까지 대동했지만 통영은 참 더웠다. 바다 덕분에 눈은 시원하지만, 몸은 땀을 비 오듯 쏟아냈다. 힘들고 찝찝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추억이 남았으니 그만이다.



3.

휴가 초반의 다짐은 어디 가고, 남은 이틀 동안 폭풍수면을 취했다. 오랜만에 떠난 여행 때문에 많이 피곤했나 보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니 여느 주말과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남은 휴가는 강박 없이 흘러가는 대로 보내기로 했다. 예능도 보고, 집안일도 하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평화롭게 보냈다.


하나 신경 쓰이는 건 토요일에 오기로 한 꿀빵이 아직 안 왔다는 거다. 꿀빵을 먹으며 통영의 추억을 곱씹으려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함께 배송했던 직장 동료들의 꿀빵은 잘 도착해서 다행이다


꿀빵 가게에 전화를 해보니 배송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한다. 조금 늦어지긴 했으나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참 꿀빵 같은 5일간의 여름휴가였다. 꿀빵처럼 달콤하면서도, 그 속에 가득 찬 팥처럼 나름 알차게 보냈다. 한편으로는 아직 오지 않은 꿀빵이 신경 쓰이는 것처럼, 나 대신 업무를 보고 있는 동료들과 이제 곧 다가올 엄청난 업무량이 신경 쓰이는 시간이기도 했다.


앞으로 나아갈 힘과 오래오래 곱씹을 추억을 안겨준 5일간의 여름휴가를 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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