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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웅 Dec 30. 2019

에필로그: 이 일이 남겨준 유산

결국은 사람


어느덧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이맘때면 연말을 핑계 삼아 한동안 뜸했던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만남을 갖는다. 매년 자주 안부를 묻는 사람이 되겠노라 다짐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이렇게라도 만남을 이어가는 사람들 중에는 소위 '일로 만나 사이'도 존재한다. 같은 직장을 다녔던 동료라던가, 혹은 그 외에 업계에서 알게 된 사람도 있다. 이처럼 일로 만난 사이였던 사람들이 조금씩 다른 궤도로 나아가며 편한 관계가 되는 것을 보면, 역시 사람 일은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1.

퇴사를 하고 반년이 흘렀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제는 4년을 반복해 온 7호선의 출퇴근보다 출근 없는 하루가 익숙하고, 손꼽아 기다리던 12시의 점심시간보다 그저 먹고 싶을 때 먹는 요즘이 더 소화가 잘 되는 듯싶다. 새로운 일상의 완전히 정착될 만큼 제법 긴 시간이 흘렀다.

이러한 와중에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새로운 일자리에 대해 추천해준다.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포지션의 채용 공고를 던져주는 분도 있고, 전화로 직접 연락하며 의사를 물어주는 분도 계시며, 좋은 사업 자리에 껴주려고 하는 분도 계시다. 대부분이 일로 만나 오랜 시간 함께 일했던 분들이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려는 분들을 보면 느낀 것은, '일'을 함께 한다는 건 서로에게 참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미흡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했을 뿐인데 운이 좋게도 주위에 좋은 분들이 많았고, 덕분에 긍정적인 자극과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는 듯싶다.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지만, 신경 써주시는 분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2.

얼마 전에는 전 직장 동료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다 같이 야근하며 제안을 준비했던 나날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모두 다른 소속의 일원이 되어, 저마다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전 직장 동료의 새로운 명함을 받는 일은 참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더라.


논현의 유명한 고깃집을 찾아갔으나 자리는 만석이었고, 결국 밖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몹시 추운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지는 얼마나 됐는지, 직장 동료들은 어떤지, 복지는 어떤지, 어떤 일을 하는지 등 어찌나 궁금한 게 많던지. 


같이 일하던 시절의 모습과 다른 환경에서 적응하고 있는 새로운 모습이 겹쳐지며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퇴사 후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나의 모습도 그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었을까? 다음에 다시 만날 때는 또 다른, 새롭고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가득할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3. 

퇴사 이전에 줄곧 담당해왔고, 퇴사 후에도 프리랜서로 담당해온 그룹사 프로젝트가 다행히 계약 연장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이어서 맡을 이에게 어떤 시련이 닥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아서 후련하고 기뻤다. 계약 연장에서 마무리가 되었으니 나에게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는지.


돌이켜보면 이 하나의 프로젝트만 봐도, 참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일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일을 되게 만드는 것도, 일을 망치는 것도 사람인 것이고, '사람이 미래다'라는 옛 슬로건처럼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미래에 알게 모르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만간 가장 최근까지 이 일을 도와준 이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사야겠다. 

고마웠고, 수고했다고.









#에필로그


'에이전시 마케터입니다만'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작성한 지 어느덧 3년이 다 되어간다. 되도록 에이전시 마케터로 겪게 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주기적으로 글에 담고 싶었지만, 마음만큼 글을 남기지 못한 것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인턴사원으로 시작해 PM을 거쳐, 프리랜서 마케터가 되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고, 두 손으로 모두 세지 못할 만큼 많은 사람과 일을 했다. 이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은 다른 길을 찾아 나서려고 한다. 여러 갈림길이 있었는데, 결국 가장 도전적인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프리랜서로의 에이전시 업무를 종료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매거진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래도 종종 글이 올라오면 반응을 해주신 분들이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에이전시 마케터입니다만'은 이렇게 일단락되지만, 혹시 모른다. 시즌 2로 다시 돌아올지도.


에이전시에서의 일을 꿈꾸거나, 이미 이 업계에 몸 담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고, 즐거움을 주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그동안 에이전시 마케터의 이야기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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