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_호스트와 마주한 거대한 미국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by 사람 여행자

만약 누군가 "센스 있는 호스트의 기준이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외국인 여행자가 인근 관광지를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느냐, 라고요.


호스트가 충분한 여유가 있어 여행자와 직접 짧은 여행을 가는 건 정말 최고입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호스트 돈자니 신부는 저와 다른 여행자를 데리고 적어도 다섯 번 넘게 짧은 여행을 갔어요.


하지만, 이럴 여력이 없는 호스트가 대부분일 겁니다.

특히 오랫동안 여행자를 받아 온 경우라면 선뜻 갔던 곳을 또 가자고 제안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본인의 호스트가 자기를 신경 써주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요.


"애들아~ 우리 하루 날 잡아서 모험을 떠나자!"

영광스럽게도 호스트 데니는 여행을 가지 않겠냐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다 같이 Adventure를 떠나자면서요.

현지인이 가자고 하는 여행지는 어디일까요. 온종일 차 안에서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어떤 음식을 사 먹을지 정말 기대가 됐습니다.


아쉽게도 다른 여행자, 미국인 커플 애나와 맥 그리고 독일인 말버트는 진작 떠나버렸어요.

친해지자니 함께 지낸 사흘은 너무 짧았습니다.

그래도 호스트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프라이빗 가이드가 생긴 느낌이랄까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절호의 기회였죠.


자, 제가 퀴즈를 하나 내볼게요.

저희가 이날 가장 처음 방문 곳은 어디일까요?

1. 슈퍼마켓 2. 주유소 3. 명상센터 4. 바다 5. 공원


질문의 의도를 눈치채셨나요?

정답은 3번 명상센터입니다.


하필 이날은 데니가 일주일에 한 번 간다는 노인복지회관에 가야 했어요.

이곳에서 사교 모임을 가진다는데 1시간이면 된다고 하니 저도 한번 따라가 봤습니다.

참고로 그 모임에서는 데니가 막내랍니다.


미국 어르신들과 뜬금없이 명상을 하는데,

이 장면이 얼마나 우습던지요.

정숙하게 앉아 명상을 해야 하는데, 피식피식 세어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마음껏 잡생각을 했습니다.



이어서 저희는 레드우드(Red wood: 삼나무)를 보기 위해 인근 공원으로 갔습니다.

데니가 말하길, 캘리포니아 레드우드가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크다고 하는 데요. 사진에도 다 담기지 않더라고요. 100m가 훌쩍 넘는다는데.

상상이 가시나요?

그 학창 시절 단거리 달리기 할 때 100m 경주하잖아요. 출발점에서 결승점을 또렷이 볼 수 없는 것처럼 레드우드도 마찬가지였어요.

목을 아무리 뒤로 젖혀도 나무의 머리꼭지를 보지 못했습니다.


참 거대하죠?


그런데 가만 보면 미국은 모든 게 다 큰 거 같아요.

농사짓는 규모, 농산물 크기, 국토, 음식 1인분의 양, 자동차, 미국인 덩치, 심지어 화장실 변기까지.

자그마한 한국에서만 살다 보니 저절로 작은 것에 익숙해졌나 봅니다.

이러다 제 시야도 좁아지는 건 아닐지 두렵더라고요.


아 물론, 땅덩이가 좁다고 해서 식견이 좁아지는 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광활한 대륙에 가면 보고 느끼는 게 분명 다른 것 같아요.

한층 다양한 문화를 눈앞에서 보고 있노라면 내면에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할까요.

새로운 풍경은 삶의 새로운 교훈을 줍니다.

거대한 풍경은 생각의 그릇을 거대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렇게 여행에서는 보는 대로 배우는 것 같습니다.



여행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20대에 20개국 가기, 라는 꿈이 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어떻게 하면 배낭여행을 더욱 쉽게 떠날 수 있을지 거듭 고민합니다.

저는 작가 지망생 윤경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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