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_ 호스트랑 싸웠습니다.

빌어먹을 돈 때문에

by 사람 여행자

하필 사건은 호스트 데니와 여행을 떠난 날 발생했습니다.

저는 돈을 아끼고 싶었는데, 뜻하지 않는 곳에 자꾸 지출이 생겨 기분이 상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제가 정말 쪼잔한 것 같기도 하다만,

육 개월짜리 배낭여행을 떠났을 때였으니 단 돈 천 원을 쓰기도 아주 민감할 때였습니다.


데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난 날.

우리는 코스트코(Costco:미국의 창고형 할인 매장)에 들러 잠깐 장을 봤어요.

생활용품을 한 상자씩 골라 담은 데니가 제게 말했습니다.


"계산은 내가 마무리할게. 너는 핫도그 좀 주문해줄래?"

코스트코에 오면 꼭 핫도그를 먹어봐야 한다나요.

가격도 단돈 2$. 당연히 제가 사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데니는 핫도를 받자마자, "핫도그를 사줘서 고마워"라고 대답했어요.


사주려고 했던 건 맞는데 뭔가 찝찝하더라고요.


이어서 우리는 과일 가게에 들리고, 멕시코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에서 브리토를 사 먹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데니는 제가 내야 할 금액보다 꼭 2$씩 더 요구했어요.

과일은 함께 나눠 먹는 거라 그런가.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푸드트럭에 굳이 팁을 주려는 건가.

정말 적은 금액이긴 한데 무시하려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데니가 작은 항구에서 굴을 사려고 할 때 신경질을 냈어요.


"윤. 너 굴 좋아해?"

"굴? 좋아하죠. 왜요"

"오늘 저녁으로 굴 바비큐를 해 먹는 거야! 어때?"

"와 정말요? 저야 좋죠!"

"그렇지? 그런데 굴이 좀 비싸서 너도 도네이션을 해야 할 것 같아."

"도네이션이요? 제가 얼마나 부담해야 하죠?"


갑작스러운 요구에 다소 얼이 빠졌습니다. 굴 같은 재료는 평소에 대접하기 어려우니까 어느 정도 제 돈을 내야겠거니 했죠. 그런데 문제는 우리 둘이서 먹고도 남을 양을 더 담더니 10$를 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저는 3개 정도, 그러니까 5$치만 사서 맛만 보려고 했거든요.


"What?"

저는 너무 어이가 없어 정색했습니다.

마지못해 돈을 주긴 했지만 차 안에서는 정적이 흘렀어요.

입을 먼저 여는 쪽이 지는 게임이라도 하듯 어색한 침묵이었습니다.


침묵 게임은 데니가 져주었어요.

먼저 입을 뗀 그는 저보고 아까 정색한 이유가 혹시 돈 때문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윤. 나는 게스트가 호스트에게 약간의 돈을 보태주면 좋겠어. 내가 해주는 음식이 너도 알겠지만 레스토랑급이라고. 진짜 한 끼에 20$는 줘야 사 먹을 수 있다니까? 그리고 지금 이렇게 여행을 하는데 기름값을 달라고도 안 하잖아. 기름값도 부담해줄 거야?"


데니의 음식은 정말 고급스럽긴 했습니다.

4화_ 등가교환의 법칙 에서 그의 요리 솜씨를 확인해보셨나요?

분명 재료비가 꽤 들어갈 겁니다.


그런데 저도 그 어느 때보다 힘들게 일했어요.

곡괭이질에, 삽질에, 전기드릴질에.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고된 노동에 시달려 허리 통증과 감기까지 얻었습니다.

결코 데니만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고요.


그럼에도 저는 데니의 완벽한 음식과 수영장, 온수 욕조, 깨끗한 다락방 등 일은 힘들지만,

그만큼 복지가 좋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생색을 내버린다면 할 말이 없어요.


굴을 굽고 있습니다. 잘 보이시나요?

어떻게든 돈을 아끼려는 구두쇠 여행자.

그리고 환갑 넘은 미국인 호스트.


어쩌면 이 둘의 다툼은 문화 차이와 세대 차이에서 나오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렇게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니 후련하더라고요.

지나고 보니 조금 죄송스럽기도 하고,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한국에 있는 어른에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에게,

이곳에서 데니에게 허심탄회하게 속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처럼 똑같이 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래도 될까요?


자칫 버릇없어 보이진 않을까.

참을성이 없어 보이진 않을까.

멀리 보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 좇는 것 사람으로 찍히지 않을까, 사뭇 염려됩니다.







여행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20대에 20개국 가기, 라는 꿈이 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어떻게 하면 배낭여행을 더욱 쉽게 떠날 수 있을지 거듭 고민합니다.

저는 작가 지망생 윤경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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