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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람 여행자 Dec 03. 2019

1화_ 지진 피해서 멕시칸 가족 만나기

역대급 지진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했다

해당 이야기는 워크어웨이(Workaway)를 통해 다녀온 여행 에세이를 담고 있습니다.

<2분 만에 읽는 신개념 여행법, 워크어웨이>  https://brunch.co.kr/@yoonistraveling/1


멕시코시티에 발생한 대지진 때문에

제가 탄 비행기는 회항했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있었던,

당분간 다시 돌아 올 일이 없을 것만 같았던 출국장으로 되돌아갑니다.

같은 공항에서 수하물을 맡기고 도로 되찾는 경우는 진귀한 경험이긴 하나 반갑지 않습니다.


잠시 멍을 때립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멕시코 여행은 물거품이 되는 건가.'


마지못해 항공사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분일초가 값비싼 국제 전화였지만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하는데요.."


우선, 밑밥부터 깔았습니다.

혹여나 저를 미국인으로 여기고, 쏼라쏼라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러고 보니 이 상황만큼은 익숙합니다.

토익 듣기 시험에 나왔을 것 같습니다.

대화 주제는 항공사에 전화해서 대체 항공편 받기입니다.


보이지 않는 상대와 전화로,

그것도 영어로 소통을 하는 건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음.. 고객님. 대체항공편을 찾아볼게요. 끊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아비규환 속에서 빠른 응대를 기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수화기만 30분 동안 붙들고 있었죠.

(이날 국제전화요금은 하루 숙박비만큼 나왔습니다)


불안한 제 시선은 대합실에 있는 대형 모니터로 갑니다.

온통 멕시코 지진에 대한 속보입니다.

무너진 건물, 갈라진 땅, 흩날리는 먼지.


다행히도 멕시코시티 공항은 멀쩡한가 봅니다.

그날 새벽, 대체 항공편을 받아 멕시코시티로 다시 향했습니다.


멕시코로 향한 두 번째 비행은 약속대로 떠올랐고,

어느덧 창문 너머로 거대한 땅덩어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승객들은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사람처럼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지진 피해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하려 했습니다.

혹은 착륙할 땅이 남아있기는 한 건지 노파심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호스트가 사는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2시간짜리 고속버스를 타고 가야 합니다.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공항에서 터미널까지 길고 긴 지하철을 타야 합니다.

인천 국제공항역에서 고속버스터미널 역까지 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얼핏 예전에

멕시코시티 지하철은 치안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요.

그게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지진 때문에 대중교통이 마비됐을지도 모르니까요.

호스트를 만나러 가는 길 자체가 무너져버렸을지도 모르니까요.


다행히 지하철 입구는 활짝 열려있었습니다.

지진 때문에 당분간 무료로 운행한답니다.

와우.

지진 덕에 지하철 이용료 350원을 아꼈네요!


마침내 도착한 호스트가 사는 마을.

버스 터미널에서 어렵지 않게 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관광지로 유명하지 않은 현지 마을 터미널에 동양인 한 명이 서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저를 어디서 봤는지 알려줄 겁니다.


솔직히 말해, 처음 호스트 가족을 봤을 때 제가 든 생각은 '어? 자동차가 있네?'였습니다.


멕시코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마약상? 데낄라? 축구?


저는 극심한 빈부격차를 먼저 떠올렸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만날 호스트도 '모 아니면 도'가 아닐까요.

혹여 허름한 살림살이에 당혹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 기대치를 최대한 낮추었습니다.

실상 그들은 경비가 24시간 대문을 지키고 있는 빌라 단지에 살았지만요.

멕시코 호스트 가족입니다! 저에게 멕시코 옷도 선물로 사줬어요!

우선 주인공 가족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제 옆에 있는 남동생은 이사이아스입니다.

저는 이사이아스와 같은 방 다른 침대를 썼어요.


첫날밤, 이사이아스의 어머니는 전통 음식인 포솔레(Pozole)를 냄비 가득 끓여 기다리고 있었어요.

출처: https://www.foodandwine.com/recipes/chicken-posole

하얗고 맑은 국물에 닭고기가 들어있어, 한국의 닭곰탕과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다만, 엄지손톱보다 큰 옥수수 알갱이가 들어있어 씹는 식감이 독특했어요.


집밥.

이게 바로 현지 집밥입니다.


식탁에 모여 한 숟가락씩 떠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아무래도 첫날이다 보니, 제가 질문하기보다는 대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소통은 어떻게 했냐고요?

놀라지 마세요.

이사이아스와 그의 여동생 베레는 동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아 한국어와 일본어 학원을 다녔습니다.

한국어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한국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한국어로 안될 때는 간단한 영어로 의사소통했어요.


드디어 멕시코 호스트 가족을 만났습니다!

이들을 만나기까지 몸도 마음도 고생했습니다.

특히 돈.

국제 전화비와 공항 왕복 교통비까지, 총 15만 원이 공중분해돼서 아주 화가 많이 났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전날 회항이 일어나서 뜻하지 않는 곳에 돈을 썼다는 거에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겠더라고요.

위험한 지진 현장을 피 행운이었습니다.


여행에서는 뜻하지 않은 불행이 무조건 생깁니다. 이를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죠.

음식이 이상해, 직원이 불친절해, 동행을 이해할 수 없어, 날씨가 구질구질해...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해외에서 크고 작은 불행은 매일, 매시간 발생합니다.


이럴 때 뭐 별거 있나요.

정신 승리하는 거죠.


'액땜했다 치자'

'이렇게 문화충격 먹으려고 여행한 거 아냐?'

'술안주로 쓸 이야깃거리가 늘었다' 등등..


후아~

드디어 첫끼 든든하게 먹고,

발 뻗고 잘 수 있는 공간까지 생겼습니다.


이제 워크어웨이 규칙에 따라 일해야겠죠?

대학교에서 가서 한국어 수업하기!

도저히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재미난 경험을 다음 이야기 때 들려드릴게요.




여행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20대에 20개국 가기, 라는 꿈이 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어떻게 하면 배낭여행을 더욱 쉽게 떠날 수 있을지 거듭 고민합니다.

저는 작가 지망생 윤경섭입니다.


혹시 질문이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이나 이메일, 댓글로 남겨주세요.

낮은 자세로 항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인스타그램: yoon_istraveling

이메일: yoonistraveli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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