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미혼모가 되었습니다 5
나는 열심히 살았다.
정말 열심히, 온 마음과 온 몸을 다해 살았다.
혼자 아이를 키우며 주말도 없이 일했고,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이가 심성 고운 사람으로 자라도록 마음을 쓰고, 가끔은 내가 지치더라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매일이 전쟁 같았고, 어느 날은 내가 왜 이렇게까지 버텨야 하는지 묻고 싶을 만큼 힘든 나날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버텼다. 진짜 열심히 살았다.
다시 살라고 하면, 두 번은 못 살 것처럼
온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공부하고 아이를 키웠으니, 그 시간과 노력을 다시 견뎌낼 자신이 없다.
하지만 그때는 알 수 없었다.
다른 선택이 있더라도,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아이가 내게 말했다.
“엄마가 부담스러워. 난 엄마처럼 열심히 못하겠어. 엄마가 대충 살았으면 좋겠어.”
순간 멈칫했다.
늘 최선을 다했는데, 그 최선이 아이에게는 무거운 짐이었구나.
나에게는 당연한 ‘열심’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버거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아이는 나를 이해하려고, 사랑하려고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내 삶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어떤가.
몸은 망가졌고, 여전히 가난하며,
아들은 나와 달리 세상에 큰 관심 없이 하루를 누워 보내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살아서 만든 결과물이, 이렇게 초라하고 비참할 수 있나.
어릴 때부터 들어온 말들이 있다.
“열심히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라.”
그 말을 배운 대로, 몸으로 실천했을 뿐이다. 그런데 왜 결과는 이 모양일까.
왜 나는 그렇게 고된 시간을 견디고도 여전히 벅차고, 지쳐 있고, 때로는 초라함에 몸서리쳐야 하는 걸까.
그래서 아이는 나에게 대충 살기를 바랐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 아이의 바람 속에는 나를 향한 사랑이 담겨 있다.
그리고 동시에,아이에게 또 열심히 살아주기를 바란다.
내가 살아온 것처럼, 비록 어렵고 고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삶을 붙드는 법을 보여주고 싶다.
내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기에, 오늘도 살아갈 수 있다.
내가 흘린 땀과 눈물, 내가 견딘 고통, 내가 버텨낸 시간들은 결코 헛되지 않다.
그 작은 선물, 아이가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그 순간이 나를 다시 일으킨다.
나는 또 미혼모가 되었다.
동경처럼 좋은 가정을 꿈꾸었고 J에게 좋은 아빠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결혼으로 어쩌면 고단한 삶은 끊어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열심히 살아온 결과, 얻은 것은 여전히 고단한 내 모습이었다.
이제 아이는 둘이 되었고 고단한 삶은 더 힘겨워졌다.
그래서 가끔은 스스로에게 자조 섞인 푸념을 한다.
‘열심히 살지 말걸.’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
포기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몸과 마음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
이 삶이 참 쉽지가 않다.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상처받고, 때로는 왜 이렇게 힘든가를 묻는다.
안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단순히 성공이나 돈, 성취를 의미하지 않는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내 아이를 위해, 내 가족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을 위해 끝까지 버티고, 끝까지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임을.
그래서 오늘도 살아간다.
쓰러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때로는 아이에게, 때로는 세상에게,
때로는 내 자신에게 작은 증거를 남기며.
내 삶의 무게는 여전히 버겁지만,
그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갈 것이다.
내가 흘린 땀과 눈물은 내 삶의 증거이고,
내 아이와 내가 함께 살아가는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다.
열심히 살아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열심히 살 것이다.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나를 지금 여기까지 이끌었고, 또 앞으로도 이끌 것이다.
비록 몸은 망가지고, 삶은 버거울지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나는 여전히 나이고, 여전히 엄마이며, 여전히 살아가는 존재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