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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제 Dec 16. 2022

그들을 떠나보내며..

그 뒤에는 혼자 남은 나만 있었다.

나는 한 중소기업의 직원을 관리하는 인사팀 책임자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한 직원의 마지막이 되는 날이다.


직원이 퇴사를 한다는 것.. 자발적으로 떠난다는 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회사가 그들을 모시기에는(?) 부족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회사가 나쁜 거다.


2011년 입사를 하면서부터 현재까지 같이 일하던 동료가 떠난다는 것에 나는 아직도 잘 적응을 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퇴사를 하는 직원의 연령대가 점점 어려지고 회사가 고령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에 한번 더 씁쓸하다.  참고로 나이 많은 직원들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님을 강조하며..


신입사원 시절, 회사에 들어오면서 알게 된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다. 

나보다는 4년 정도 먼저 입사를 한 친구였고, 연령대가 높았던 우리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된 나를 그 친구는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나이가 많은 상사들 틈에 껴있다가 동갑내기인 내가 들어온 것에 그랬던 것 같다. 

나 또한 그 친구가 있어서 회사생활에 적응하기가 수월했다. 

그 이후 또 한 명의 동갑친구, 한 살 어린 동생, 동갑친구 순서로 직원이 들어오게 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말단사원의 모임이라 하여 'JB'(은어라 뜻은 적지 않겠다) 모임이라는 명칭으로 어울려 다니며, 회사, 상사 뒷담화를 안주삼아 퇴근 후 매일같이 음주가무로 스트레스를 풀었고, 같은 생각, 고민을 하는 그 친구들이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었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이별이 찾아오게 되었다.

동갑친구들은 창업, 동생은 가업을 이어받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모두 같은 해에 떠났다. 

갑작스러운 이별이 찾아오며 홀로 남겨진 나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다들 하고 싶은 일, 뒷배(?)가 있어서 떠나는데.. 나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빽(?)도 없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을 자각하면서 "산 놈은 살아야 된다"라고 다시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년 뒤.. 내 밑에는 나보단 나이가 많은 후임들은 있었지만 마음 편히 고민을 털어놓을 동료가 없었던 차에 어린 한 친구가 입사를 하게 되었다. 나보다 9살이나 어린..

같은 세대(?)의 공감할 친구가 없었었는지 참 이 친구에게 많은 의지를 나 자신도 모르게 했었다.

그리고 나를 잘 따르는 그 친구를 보면서 친구처럼 지냈었다.(나 혼자만의 생각인가?)

해외여행도 같이 가고 술도 마시고 서로의 고민에 대하여 얘기도 하고....

그러다 5년 뒤.. 친구처럼 생각했던 그 아이를 떠나보내게 되었다. 

정말 아쉬웠다. 내가 신입이고 얼마 되지 않아 떠나보낼 그때와는 다른 섭섭함과 아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 친구의 미래와 행복, 선택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보내주는 것이 맞다 생각하여.... 잡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또 한 번의 이별이 다가온다.


그 친구와 비슷했던 더 어린 또 다른, 나를 잘 따랐던 아이..

이 정도면 내가 애들한테 꼰대는 아닌가 보다??

그 친구를 통해 젊은 친구들의 감성과 트렌드를 배울 수 있었고, 13살의 나이 차이지만 공감하고 소통하며 나의 외로움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이 정도면 내가 애정결핍이 아닌가 하겠지만 나는 이 회사를 다니는 유일한 희망이 직원과의 교류였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제일 컸고, 점점 나이가 들 수록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좋은 직원들을 오래 유지해야 인력을 재 채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가 가진 직업의 이기적인 관점이기도 했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도 있지 않나.


하지만 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순간..

또 한 장의 추억으로 묻어둬야 할 이별을 앞에 두고 있다.


우리에게 이별은 일상적이다.

연인과의 이별을 맞을 때도 그렇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이지만 항상 아쉬움이 따르는 것 같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했다면 그걸로 만족하려고 한다.

그리고 '만남'이라는 아이(?)가 반드시 찾아올 것임에 나는 오늘도 담담한 척(?) 보내주려 한다.


그들을 떠나보내며.. 

마지막까지 이 자리에 굳은 소나무처럼 있는 내가 참 뚝심(?) 있는 것 같아 오늘은 참 별로지만 나는 또 내 자리에서 해야 될 일을 해야 되는 것이고, 떠나는 그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해주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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