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의 정갈함
평온함 위에
검은빛 물방울이 떨어진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잠깐의 정적 뒤에
쉴 새 없이
정갈함을 흔든다
한지 뒷면의
고운 거침이
검은빛 물방울을 잡는다
거침을 원망하고
거침을 자책하는
아이의 마음에도
검은빛 물방울이 떨어진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잠깐의 정적 뒤에
쉴 새 없이
아이의 마음을 흔든다
따스한 바람 되어
아이의 뺨을 스치는
사랑
아이야
한지 뒷면의 고운 거침과
네 거침은 같은 거란다
검은빛 물방울이
글씨 되고 그림 되어
작품 되는 것처럼
네 삶의 검은빛도
글씨 되고 그림 되어
그렇게 작품이 되는 거란다
한지에 붓이 처음 닿으면 한지는 어떤 느낌일까? 오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망했다고.
어린 시절,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를 보면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렇게나 붓으로 다양한 색의 점을 찍는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작품이 되어있다. 그 아이는 그 점들이 모여 어떤 그림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 거다.
우리가 겪는 많은 아픔의 순간들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우리는 그 순간들을 지나며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작품이 되어가고 있지 않을까?
그 사랑이 우리에게도 말한다.
그렇게 작품이 되는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