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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ul 11. 2022

브런치 작가 100일

선물 같은 시간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올린 지 100일이 되어간다. 지난 100일을 돌아보며 떠오른 단어는 '해맑음'이다. 어떤 분이 그러셨다. 너의 장점은 해맑음이고 단점도 해맑음이라고. 여러 가지 표현이 있는데 그분 때문에 이 단어가 생각났나 보다.


해맑음이라는 단어가 떠오른 건 거창한 이유 때문은 아니다. 잘못한 것이 있음 누구에게라도 이야기를 하고 마음의 짐을 더는 것처럼 나의 우울함과 생각을 글로 그대로 다 표현하면서 그 감정들을 덜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아무 일 없었던 듯 일상을 보냈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게 된 건 코로나와 교통사고 덕분이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는 나에게 엄청난 위력을 행사했고 격리기간이 끝난 후에도 나를 괴롭혔다. 그 후 쉬러 간 제주도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몸이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은 나를 우울하게 했고 그나마 의미 있는 일을 하자고 찾은 것이 브런치다.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난 나의 감정을 덜어내고 생각을 덜어냈다. 글로 표현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글이 남기 때문이다. 처음에 글을 올리면서 이런 글을 올려도 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올리고 나서 몇몇 분이라도 라이킷을 하시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올린 글이 70개가 되었다. 습작 같은 글이지만 난 나의 감정과 생각이 담긴 글이 좋다. 나의 공간에 놀러 오시는 분들과 함께 생각과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더 좋다. 내 글에 라이킷을 하시는 분들은 몇 분 정해져 있다. 그분들 덕분에 계속 글을 쓰고 올릴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


가끔 나의 글을 읽은 지인이 조심스레 안부를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럼 오히려 내가 미안하다. 학교 가는 아이가 어떤 이유로 울면서 집을 나서면 엄마는 하루 종일 아이가 그 마음일 거라 생각하며 걱정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나의 감정도 마찬가지였던 거 같다.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지난 시간들은 나를 행복하게 했다. 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하며 혼자 웃었던 순간은 나에게 선물이 되어 내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면서 나는 저 밑바닥에 처박혀 먼지 풀풀 나던 꿈을 다시 끄집어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좌절했던 1년의 시간은, 작은 것이라도 시도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알게 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야 느린 걸음으로 한걸음을 떼면서도 나를 칭찬하고 대견해한다. 남들은 이미 도착지점에 있다고 해도.


코로나 후유증과 사고 덕분에 시작한 브런치기에 그러한 상황들도 감사하다.


1년 전만 해도 내가 그림에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사진을 편집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요즘은 SNS에 올려져 있는 포토샵 동영상을 따라 하며 아이처럼 기뻐한다. 이것도 브런치를 시작하고 받은 선물이다.




브런치를 통해 나는 많은 선물을 받았다. 나는 내가 받은 선물을 다른 사람들도 많이 누렸으면 좋겠다.

며칠 전 작가 신청 후 처음으로 작가 소개를 바꿨다.


순간순간 우리는 행복하고, 순간순간 우리는 좌절합니다.

삶의 어느 순간에도 님은 소중하고 존귀한 사람입니다.

소중함으로, 존귀함으로 님을 마주하고, 그 마음을 글로 표현합니다


이 마음으로 글을 쓰려고 한다.


그동안 뭔가 특별히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썼다. 요 며칠은 머리에서 맴도는 것이 있어도 정리되지 않는다. 글을 숙제처럼 쓰고 싶지는 않다. 내 마음의 간절함대로 흘러가고자 한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에 내가 애쓰지 않아도 나는 글을 쓰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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