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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Aug 31. 2022

태풍이 지나간 후

우린 함께 걷는다

메마른 길을 

하염없이 걷다가 

태풍을 만났다.

 

더위를 식혀줄 

약간의 바람과 비를 

바랐을 뿐인데


강한 비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몸을 흔든다


비와 바람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태풍이 안 왔을까


강한 바람 앞에  

흔들리는 몸처럼

마음도 흔들린다


정지된 듯한 

고요함

눈부신 햇살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네가 서 있다


나와 같이 

헝클어진 머리에

더러워진 옷을 입고


언제부터였을까

난 지금껏

혼자 걷고 있었는데


얼굴을 마주 본

너와 나

터진 웃음


오랜 시간

함께 한 사람들처럼

우린 함께 걷는다




어쩌면 삶은 발보다 커다란 신발을 신고, 신발이 벗겨질까 다리에 힘을 주고, 신발을 끌며 구름을 쫓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삶은 버겁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직장이라는 울타리 등 많은 울타리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외로운 사투를 벌이며 지나온 시간들. 사랑하는 이들의 어려움이 혹시나 나 때문일까 자책했던 순간들. 그런 순간들이 지나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꽃밭이 아니라 절벽이다. 


절벽 앞에 서서 눈을 감는 순간을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린 산다는 의미를 이해하게 되고 나 혼자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마주 볼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도 알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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