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즈음에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슬픔이 빗물처럼 흘러도
나는 눈을 감고
외면할 수 없습니다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하게 보이는
상처의 순간들
나는 감지 못하는 눈으로 바라봅니다
당신과 나의 상흔을,
새로운 상처를
원망하지 말자고, 널 사랑한다고
그 말을 하는 당신의 눈빛이
얼마나 슬픈 지 아시나요
그래서 난, 감지 못해 붉은 눈이
석양에 물들어 그런 듯
저녁 즈음에 당신을 바라봅니다
100년 만에 특별한 보름달을 볼 수 있던 추석이 지나간다.
엄마가 상처받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자란 한 아이의 마음이 되어 써 본 글이다.
큰 아들을 사고로 잃고 둘째 아들과 같이 살게 된 할머니는 심리적으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불안정한 할머니가 엄마에게 했던 부정적인 이야기나 돌발적인 행동들을 아이는 겁에 질려 울며 지켜보고 있었다. 멀리 서가 아니라 엄마와 함께 그 자리에서.
어린아이에게 엄마는 기댈 수 있는 기둥이 아니라 본인이 지켜줘야 하는 가여운 사람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아이는 할머니를 사랑할 수 없고 할머니 때문에 엄마가 자유롭지 못한 게 싫다. 사랑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더 쉬웠을까? 사랑하고 이해하려고 무던히도 애쓰며 사랑할 수 없어서 수없이 좌절했던 아이.
난 그 아이와 아이 엄마의 사랑을 얘기하고 싶다. 절망의 순간에 서로는 서로에게 힘과 위로가 되었을 거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서로를 더 힘들게 하지만 그 사랑이 없었다면 그 힘겨움에 깔려버렸을지도 모른다.
삶의 어느 순간에도 우리를 향한 사랑이 흐른다. 내가 기대하는 사랑이 아닐지라도.
힘겨우면 힘겹다고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하면 좋겠다. 누군가는 항상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