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배려는 항상 우리 옆에 흘러넘친다. 우리는 그 사랑에, 그 배려에 귀 기울이지 않고 찾아보려 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난 보물찾기처럼 사랑 찾기, 배려 찾기를 좋아한다. 오늘 옆에 떨어진 사랑을 찾았다.
오늘은 언니와 병원에 가는 날이다. 우리는 교통사고로 같이 치료를 받고 있고, 병원이 멀어서 2주에 한번 소풍 가는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지난번에는 언니가 아침으로 김밥을 싸왔었다. 차에서 김밥을 먹으며 수다를 떨다 보면 한 시간 반이 훌쩍 가버린다.
언니는 지난주 코로나에 걸렸고 격리가 해제된 지 얼마 안 됐다. 보건 교사였던 언니는 방역에 철두철미했고 마스크를 두 개나 하고 나왔다. 나도 한 달 전에 코로나에 걸렸었기 때문에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언니는 차에서도 굳이 마스크 하나는 쓰고 있겠다고.
차에 탄 언니는 말했다. ‘난 이어폰으로 듣고 있던 거 들을 테니까, 너도 라디오 들어’. 혹시라도 코로나를 옮길까 조심하려는 마음이었을 텐데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한 시간 반을 조용히 하고 갈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나의 수다에 이내 언니가 반응했고, 비가 와서 밀리는 길을 수다로 꽉 채웠다.
다행히 제시간에 도착했고, 12시 반쯤 진료가 끝났다. 언니는 야외 테이블이 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비가 와서 식당에 들어가도 되는지 망설였다. 격리 끝났는데 뭘 그러냐며 식당에 가자고 했고 맘에 드는 식당을 찾았다. 깔끔한 외관, 돌솥밥에 시래기, 앙증맞은 접시에 나온 6가지 젓갈, 비나 눈 오는 날에는 할인하는 감자전까지. 우리는 ‘맛있는 곳 찾기’ 미션에 성공한 사람들처럼 흐뭇했다.
언니가 언니 앞에 놓은 샐러드는 안 먹겠다고 하길래 한쪽에 밀어 놓고, 맛있게 먹었다. 다 먹은 후 언니는 입구에서 커피를 한잔 빼서 마시고, 난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에 조그만 종이컵과 가글이 있길래 언니 주려고 챙기는데 언니가 마침 들어왔다. 난 가글이 든 종이컵을 내밀었고, 언니는 더 이상 못 마시겠다고 종이컵에 든 커피를 내밀었다. 난 아무 생각 없이 남은 커피를 마시고 쓰레기통에 종이컵을 버렸다. 순간 언니는 당황하면서 너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했다. 난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려서 그러나 하고 둘러봐도 따로 종이컵을 버리는 데가 없었다.
언니는 웃으면서 버리라고 준 커피를 마시면 어떻게 하냐고. 세면대에 버리라고 준거라고. 혹시 옮길까 봐 좋아하는 샐러드를 안 먹는다고 한 거라고. 열무김치도 좋아하는데 못 먹었다고~^^ 생각해보니 젓갈도 일부만 먹고 반찬은 거의 안 먹었던 거 같다. 난 나 먹느라 미처 생각을 못했다.
코로나로 입맛이 없던 언니는 그나마 입맛에 맞는 메뉴를 찾았는데, 혹시라도 동생에게 코로나를 옮길까 제대로 먹지 못했던 거다. 이런 이런. 그럴 필요 없었는데. 맛있게 먹지~
반나절을 전전긍긍했던 언니의 노력은, 동생의 자발적인 커피 원 샷으로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동생에게 소중한 사랑 한 컷을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