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눈물

낙엽의 사랑

by HAN

바람 타고 사뿐히 내려앉는 낙엽,

온몸에 사연을 두르고 피곤한 눈을 감는다.


햇살 아래 금빛으로 빛나던 모습을 뒤로하고

먼 길을 떠나나 보다.


조금의 사랑도 남기지 않으려고 쥐어짠 듯

삐쩍 마른 몸이 애틋하다.


낙엽을 흩고 그 사연을 두른 바람이

눈물로 대지를 적신다.




2021년을 기준으로 나는 나의 삶을 나눈다. 전과 후의 가장 큰 차이는, 남만큼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어진 거다. 위의 글은 1년 6개월 전 쓴 아래 글을 다시 꺼내보고 쓴 글이다.


슬픔


세월을 탓하며 말라비틀어진 낙엽이 분노를 표출한다.

뭔가 부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살랑살랑 사뿐히 내려앉는다.


지나가는 바람에게 화를 낸다.

너 때문이야. 지금 내가 춤을 추고 싶은 거 같니?


같이 화를 낼 법도 한데 바람은 낙엽이 예쁘고 안쓰럽다.

미안해. 어떻게 해줄까?


기가 막히다. 화를 내면 맞짱을 뜰 텐데.

너 그래서 세상을 어떻게 사니? 세차게 불어. 더 세차게!


저항할 수 없는 힘이 바람을 요동치게 한다.

낙엽은 흔적조차 없어지고 바람의 눈물이 대지를 적신다.



이 글을 쓸 때는 온유함에 대해 많이 생각하던 때였던 거 같다. 세월에 많은 것을 빼앗기고 초라한 모습으로 살아감이 행복하지 않은 어르신들. 얼마 남지 않은 삶조차 버거운 그분들 안에 있는 분노를 보며 슬펐다.


바람은 알고 있다. 연둣빛 잎을 슬며시 내비칠 때부터 낙엽이 되기까지 바람은 곁에 있었으니까. 바람은 낙엽을 사랑한다.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 어쩔 수 없이 불게 될 바람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이런 생각을 한 것 같다.




지금은 낙엽의 분노가 아니라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다시 돌아보니, 분노하는 모습이 보이는 게 아니라 그 사랑이 얼마나 큰지에 목이 멘다. 어르신들이 지난 시간들을 얼마나 사랑으로 채우기 위해 애쓰셨는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어르신들을 존경하고, 어르신들에게 잘하려고 애쓰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마음이 이제야 제대로 이해된다.


죽음을 맞이하는 분들의 사연을 누군가는 들어주고 기억하면 좋겠다. 때론 방법을 몰라서, 때론 왜곡된 표현으로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 사랑 이야기도.


사랑 때문에 더 많은 힘겨움을 안고 살아오신 모든 어르신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그분들의 삶의 뒷부분이 따스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