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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Nov 04. 2023

11.1 둘. 하나 되다

지금처럼 가도 괜찮아

사랑아

오늘 너의 눈물을 봤어


왜 우냐는 질문은

하지 않을게


지금껏 이어지는 아픔이

널 묶고 있을 테니까


바보 같은 내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까?


밤에 혼자 가는데

그림자가 두 개 보이는 거야


걸으면서 무서웠어

다른 사람이 따라오는 거 같아서


그런데 멈춰 서서 보니까

두 개 다 내 그림자였어


사랑아

두려움이 몰려오면 

너도 잠시 멈춰 서면 좋겠어


그리고

울고 있는 너를 보면서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어


지금처럼 가도 괜찮아

더딜 뿐이야


이 시기를 잘 보내고 나면 

더 단단해진 널 만날 수 있을 거야


내가 너의 편이 되어줄게

이제 눈물을 멈출 수 있겠지?




바람이 제법 차다. 빠르게 지나가는 바람에 나뭇잎이 두려움을 안은 듯 제법 큰 소리를 낸다. 달력 한 장을 떼어내고 마주한 11월. 11은 두 사람이 서 있는 모습 같다.


첫날인 11.1은 두 사람이 있다가 한 사람만 남은 모습 같다. 왜 둘이 하나가 됐을까?

간단하게 생각하면 두 사람이 온전히 하나가 돼서 하나일 수도 있고, 한 사람이 가버려서 하나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난 11.1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었던 거다. 두 가지 모습이었을 뿐이다. 진짜 나와 보이는 나. 오랜 고민과 방황 끝에 하나가 된 거다. 


둘이 하나 되는 11월이면 좋겠다. 옳음을 추구하고 따스함을 추구하면서 최선을 다해 사는 삶, 그게 내가 말하는 '너다운' 삶이다. 각자의 생각이 다를 테니까 각자의 삶은 다르지만, 각자, 나 스스로가 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친구 되어 덜 외로운 삶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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