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오늘 너의 눈물을 봤어
왜 우냐는 질문은
하지 않을게
지금껏 이어지는 아픔이
널 묶고 있을 테니까
바보 같은 내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까?
밤에 혼자 가는데
그림자가 두 개 보이는 거야
걸으면서 무서웠어
다른 사람이 따라오는 거 같아서
그런데 멈춰 서서 보니까
두 개 다 내 그림자였어
사랑아
두려움이 몰려오면
너도 잠시 멈춰 서면 좋겠어
그리고
울고 있는 너를 보면서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어
지금처럼 가도 괜찮아
더딜 뿐이야
이 시기를 잘 보내고 나면
더 단단해진 널 만날 수 있을 거야
내가 너의 편이 되어줄게
이제 눈물을 멈출 수 있겠지?
바람이 제법 차다. 빠르게 지나가는 바람에 나뭇잎이 두려움을 안은 듯 제법 큰 소리를 낸다. 달력 한 장을 떼어내고 마주한 11월. 11은 두 사람이 서 있는 모습 같다.
첫날인 11.1은 두 사람이 있다가 한 사람만 남은 모습 같다. 왜 둘이 하나가 됐을까?
간단하게 생각하면 두 사람이 온전히 하나가 돼서 하나일 수도 있고, 한 사람이 가버려서 하나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난 11.1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었던 거다. 두 가지 모습이었을 뿐이다. 진짜 나와 보이는 나. 오랜 고민과 방황 끝에 하나가 된 거다.
둘이 하나 되는 11월이면 좋겠다. 옳음을 추구하고 따스함을 추구하면서 최선을 다해 사는 삶, 그게 내가 말하는 '너다운' 삶이다. 각자의 생각이 다를 테니까 각자의 삶은 다르지만, 각자, 나 스스로가 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친구 되어 덜 외로운 삶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