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가 있다면

미리 써보는 유서

by HAN

네가 여기 있다면 넌 외로운 거야

내가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어쩌지?


눈이 있음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입이 있음 실없는 소리로 웃게 했을 텐데


사실 제일 아쉬운 건 팔이 없다는 거야

그냥 말없이 안아주면 되는데


나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냥 네가 상상을 하는 게 좋겠어


너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웬일이지? 너 오늘 유난히 예쁜데"라고 말하는 날 상상해


그리고 말없이 널 안아줄 날 상상해

네가 다 울고 나면 난 네 눈을 보며 한마디 할 거야

"괜찮아"


내 꿈은 따뜻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안겨서 울 수 있는 어른.

나는 누군가가 안겨 울만큼 따스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도 부족하면 부족한 모습 그대로 아이들에게 따스함을 전하고 싶다.


행복할 때는 내가 생각나지 않아도 된다. 언젠가 삶이 버거울 때 내가 기억나면 좋겠다. 함께 따스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웃었던 순간을. 내가 있었다면 했을 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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