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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이야기

넌 나의 적이 못 돼

by HAN

이 글은 2022년 6월,

삶의 풍파 속에서 즉흥적으로 써두었던 말입니다.
그땐 함께 나누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다시 읽어보니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꺼내어 봅니다.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꿈과 좌절 사이에는 두려움이 있다.
나는 그 두려움에게 한마디 해줬다.

“넌 나의 적이 못 돼.”


나의 적이 못 돼


너 나 죽을 것 같지?

나 안 죽거든


언제 내가 힘든지 알아?
네가 너무 조용할 때


네가 호들갑을 떨수록
난 정신을 바짝 차릴 거야


난 혼자가 아니야
너도 알지?


그리고 때가 되면
너는 존재도 없이 사라질 거야


네가 만든 함정에서
난 희망을 보고


너의 시끄러운 소리 뒤편에서
사랑의 기도를 들어


넌 나의 적이 못돼
바보야



이 시는 두려움에게 건넨 한마디로 시작됐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삶의 풍파, 우울, 불안 같은 불안정한 감정을 향해
자신만의 목소리로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어요.


“넌 나의 적이 못 돼.”


그 한마디로, 우리는 오늘도 살아갑니다.

거친 삶의 색들, 그 안에서 피어난 한 송이

삶의 거친 색들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

바람 같고 불 같았던 시간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중심을 지키며 피어났습니다.


흔들리는 순간마다,

나는 이 꽃을 떠올립니다.

말없이 웃고 있는 나의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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