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계신 어르신들에게 드리는 작은 위로
단풍잎 하나를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그 안에 담긴 삶과 빛,
오랜 시간 쓸쓸한 날들을 견디며 지켜온 마음의 무늬를
엄마의 모습에 빗대어 적어보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노년’이라 부르는 그 시간은,
사실은 삶이 가장 조용하고 깊어지는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의 깊은 시간은,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순간들의 연속입니다.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며칠 전,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창밖 단풍나무 한 그루가 사납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초록빛 잎사귀들이 바람과 빗줄기에 정신없이 휘청이고,
이파리 끝은 마치 견딜 수 없을 듯 요동쳤습니다.
아직 붉게 물들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떨어져 버리는 건 아닐까.
그 자리를 버텨내는 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그 단풍잎 하나가 문득 엄마의 모습과 겹쳐졌습니다.
요즘 엄마는 걷기 불편하시고, 계단이 무섭다고 하십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엄마는 긴 세월을 지나 지금 여기에 계십니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누군가를 위해 여전히 하루를 살아내고 계십니다.
그날 비를 맞으며 버티던 단풍잎처럼,
쇠약해진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안에는 이미 수많은 계절의 햇살과 바람,
손길과 숨결이 켜켜이 배어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삶도 그렇습니다.
비를 맞으며 버티고 있는 초록빛 단풍잎처럼,
몸과 마음이 지치고 외로운 날이 많지만
그 속엔 여전히 남겨주려는 기도와 사랑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는
그 자리에 있어주심만으로도 깊은 감사를 느낍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지금도,
그런 시선으로 어르신들의 삶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초록빛 단풍잎은, 아직 물들지 않은 잎이 아니라
물들기 전까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잎입니다.
지금 이 계절을 묵묵히 살아가고 계신 어르신들의 안에는,
이미 오랜 시간의 무늬가 조용히 스며 있습니다.
몸은 느려지고, 말은 줄어들지만,
그 마음은 오히려 더 깊고 넓어집니다.
말 대신 기도와 바람으로,
온기를 남기듯 하루를 채워가십니다.
그분들은 오늘도 말없이,
그러나 분명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고 계십니다.
그런 마음을 담은 듯,
단풍나무가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괜찮아. 지나가는 거야.
지금은 손에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아.
붉게 물든 뒤에야,
단풍도 바람에 몸을 맡길 수 있어.”
단풍잎 안에 있는 그 빛처럼,
어르신들의 삶 안에도 아직 떠나지 않은 계절이 있습니다—
몸은 점점 느려져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시간이 머물러 있으니까요.
그 빛은 붉은 것도, 노란 것도 아닌—
오직 곁에서 지켜본 이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살아낸 시간의 색입니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서,
그 빛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조용히, 천천히 자리를 지켜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기도와 사랑으로 곁에 있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마음을 오래 담기 위해,
오늘도 나는 그 단풍잎 하나를 바라봅니다.
그 마음이,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단풍잎 하나를 오래 바라보다가,
그 안에 조용히 스며 있는 삶의 빛을 보았습니다.
어르신들의 삶에도 그렇게,
버텨낸 시간과 사랑이 조용히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 마음을 그림으로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