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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ul 16. 2022

나에게 쓰는 편지

그냥 그렇게 서 있어도 돼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그냥 그렇게 서 있으면 되는 걸까?


피할 도피처를 찾거나

우산이나 겉옷이라도

준비하면 좋을 텐데


그것조차 안된다면

뛰거나 좀 더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면 좋을 텐데


넌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그렇게

서 있었어


전에 아이가 말했었지?

어린아이가 넘어지면

일으켜줘야 하는 거라고


큰 아이처럼

혼자 일어나도록

그냥 바라보는 게 아니라고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서

떨어지는 줄도 모르면서


넌 그냥 그렇게

넘어진 어린아이를

바라보고 있었어


미련하리 만치

고집스럽게

서 있던 그 자리가


네 이름처럼

진실함(允)이 깃든

뜰(庭)이 되었고


넘어져도 혼자 일어섰던

어린아이는

커다란 나무가 되고 있어


힘겨운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줄

커다란 나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아이 어릴 적부터

소원했던 그 소원처럼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그냥 그렇게 서 있으면 되는 걸까?


너를 덮는

그 바람이 네가 되고

그 비가 네가 되어


자유롭게

돌다 닿는 그곳에

또 다른 나무가 있을 거야


그래서

그냥 그렇게

서 있어도 돼


예쁜 모습,

예쁜 소리가 아니어도

울림을 주는 북처럼


영리하지 못해도

둔탁함으로 울림을 주는

네가 되 바라



난 똑똑하고 영리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부분이 많다. 그래도 미숙하나마 바라봄이 사랑이었기에, 아이들은 사랑이 필요한 다른 아이들에게 사랑 주길 갈망한다. 난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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