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배운 사랑

신앙 글

by HAN

넌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그 내용이 무엇이든 정의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가장 먼저 사전적인 의미를 검색할 사람이다. 난 지극히 이과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었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타인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과거형으로 표현한 이유는 지금은 조금 달라졌기 때문이다.


30대 중반쯤이었을까? 난 아파트 상가 지하 교회에 다니고 있었다. 부활절을 앞두고 고난주간 특별 새벽예배에 꼭 참석하라고 목사님께서 말씀하시면서 한 사람 한 사람 확인을 하셨다. 누구 집사님, 누구 집사님 참석하실 거죠? 교인이 몇 명 되지 않았고,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을 하고 있던 나는 새벽예배가 부담스러웠지만 대답을 하고 안 나갈 수가 없어서 참석을 하게 됐다. 그게 잠시 새벽예배를 드린 계기가 됐다.


어느 날 새벽예배를 드리고 나와서 집에 가는데 승용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의 차였다. 그 차를 보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 이 사람이 진정한 사랑을 몰라서 그래요. 진정한 사랑을 알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요. 그 사랑 알려주고 싶어요."

집이 근처였기에 난 물걸레와 마른걸레를 가지고 와서 그 사람 차를 닦았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 후로도 얼마간 새벽마다 그렇게 차를 닦았다.


그 사람은 내가 차를 닦아줬는지 모른다. 야무지지 않은 내가 닦은 차가 반짝반짝 빛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일은 내게 기적 같은 일이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난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다. 오랜 신앙생활을 해 왔지만, 싸움닭이냐는 소리를 들을 만큼 내 의견을 정확히 표현하고 지적하는 사람이었다.


이게 내가 처음 배운 사랑이다. 그 후로 나는 사람과 사랑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돌아보면 하나님은 그 일을 시키시기 전에, 미리 나에게 거저 받는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셨다.

중학교 때 선생님 한분이 날 많이 챙겨주셨다. 생일날은 국수를 먹어야 오래 사는 거라고 짜장면도 사주시고, 선물도 사주시고, 학교에서 공부할 때 간식도 챙겨주셨다.

지금이라면 난 높은 톤으로 너무 감사하다고 안아드렸을 거다. 그런데 난 감사하다는 말조차 제대로 표현 못하는 목석같은 아이였다. 그래서 가족들도 의아해했다.

그 후로도 하나님은 타인을 통해 옷도 사주시고, 공부할 장소도 제공해 주시고, 학교나 직장을 통해 여행이나 좋은 음식도 누리게 하셨다.


작고 초라한 아이를 택하셔서 사랑을 가르쳐주시고 그 사랑을 보게 하신 하나님. 난 내가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며 살고 싶다.




신앙적인 부분을 빼고 본다면 난 많은 분들에게 이유 없는 사랑을 받았고 난 그분들에게 보답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분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보여주신 사랑 덕분에 조금이라도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내게 주신 사랑 누군가에게 흘려보내겠다고.




난 사랑이 이거라고 생각한다.


사랑,

내가 거저 받은 따스함,

내가 갈망하는 따스함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것.



작가의 이전글설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