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초록날다

강원도의 4월

초록선물

by 종호날다

겨울은 언제나 강원도를 깊은 침묵 속으로 밀어 넣는다.

밤하늘에 맺히는 얼음 결정처럼, 바람은 차갑고, 대지는 단단하게 얼어붙는다.

평년보다 춥지 않았던 겨울이라 해도, 강원도의 추위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얼어붙게 만든다.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기온 속에서 사람들은 움츠려든다.

거리는 조용하고, 나무들은 마치 숨을 죽이고 있는 듯 까맣게 서 있다.

강원도의 겨울은 항상 길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결국, 때가 되면 봄이 찾아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 봄은, 얼어 있던 모든 것을 녹이고 새로운 생명으로 채워 줄 것이다.

겨우내 '강원도에도 봄은 오는가?'의 잦은 질문을 서로에게 하지만 모르는 이들은 없다. 언제나 봄은 온다는 것을.

겨울이 끝나갈 즈음, 오늘은 차갑지 않은 봄비가 내린다.

아직은 얼어붙은 땅을 조용히 적시며, 겨울과 봄의 경계를 허문다. 바람 속에서도 알 수 있다.

더 이상 살을 에는 차가운 기운이 아니라, 어디선가 부드러운 온기가 스며들고 있음을.

먼 산을 바라본다. 어제까지만 해도 회색빛이 감돌던 산자락이, 어느새 푸르게 물들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아직은 선명하지 않은 초록이지만, 분명히 살아있는 기운이 서서히 번지고 있다.

나뭇가지 끝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단단하게 말라 있던 나무들이 하나둘씩 기지개를 켜고, 연한 분홍과 희고 노란빛의 꽃망울이 맺힌다.

봄은 그렇게 온다.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것.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해도 결국 봄은 오고야 만다.

사람들의 발걸음도 점점 가벼워지면서 바쁘다.

묵직했던 옷을 벗어던지고, 움츠렸던 몸을 펴고, 깊은숨을 내쉬며 따뜻한 바람을 맞이한다.

마을마다 지붕에는 드리운 햇볕으로 가득 차고,

개울에는 기다렸다는 듯 콸콸콸 쏟아내는 물소리로 가득 차고,

높은 전봇대 좁은 구명에서는 재잘대는 참새 소리로 가득 차고,

마당 우체통에는 편지대신 무당새 지푸라기로 가득 차고,

좀만 더 있으면 마을 입구는 빨간색 트랙터가 하루에도 열 번은 지나며 뿌리고 간 구수한 소거름냄새로 가득 찰 것이다.

그리고 바빠진 사람들 중 한 두 명은 테이블을 사러 내 작업실에도 오겠지. 그러면 내 작업실에도 기계소리로 가득 찰 것이고 내 낡은 작업복 호주머니는 톱밥으로 가득 찰 것이다.

그러면 아내의 통장에도 초록색으로 가득 차겠지.

참 좋아지는 강원도의 4월이다.

그렇게 강원도의 봄은,

기다려 온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초록색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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