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인식장애의 시작

by 종호날다

중학교 때의 일이다. 50원짜리가 세상에서 제일 짜릿한 돈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에는 학교를 마치면 집에 바로 가지 않고 삼삼오오 어울려 보글보글, 갤러그, 테트리스 등 전자오락실에 들러 늦은 시간까지 몇 개의 50원짜리로 바꿔진 그날의 용돈을 탕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곧장 집에 가지 않고 시내를 배회하는 아이들을 단속하러 체육 선생님과 학생 주임 선생님은 긴 몽둥이를 옆에 차고 전자오락실을 첫 대상으로 덮쳐 아이들을 하나둘 교무실로 집합시키고 몽둥이찜질을 하던 때였다.


늘 자율 학습이 끝난 6시쯤이면 나도 친구들과 거의 매일 오락실에 갔었고, 선생님 단속이 매일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단속의 스릴을 의식하며 게임을 즐기곤 했다. 하루는 게임에 열중하던 중 내 옆, 친구들이 하나둘 없어지더니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툭 치는 거였다. 게임 화면을 놓칠세라 커닝하듯 옆을 돌아보니 운동복 차림에 모르는 아저씨였다. "네??" 하고 재빠르게 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야 이놈, 안 일어나??" 하는 고함 소리와 함께 목덜미를 붙잡혀 질질 끌려나가 먼저 붙잡혀 나와 있는 아이들 줄에 끼어 섰다.


한참을 지나 학생 주임 선생님이란 걸 깨달았지만, 끌려 나올 때까지만 해도 저 아저씨가 누군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 나는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장애, 아니 장애가 있었던 것이다. 늘 입던 옷이나 주변 환경이 달라지면 자주 보던 사람도 잘 알아보지 못한다.


결혼식장에서 친척들도 잘 알아보지 못하고, 마트에서 우연히 만난 동네 형님도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요령이 생겨 얼굴 모양을 도형과 색으로 기억한다. 동그라미, 삼각형, 사각형. 그리고 고동색, 노란색, 분홍색. 기억하는 방법은 이렇다.

일단 얼굴을 세 가지 도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의 도형 중에도 다시 색으로 나누면 총 아홉 가지의 부류로 나누어진다. 그 부류에 개개인의 고유 특징, 즉 하는 일이나 사는 곳, 이름을 기록하면 확률상 중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점은 전혀 모르는 사람도 어디에서 본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고, 연예인들은 같은 사람인데도 다른 화면에 나오면 구분이 정말 안 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안면인식장애는 장사를 하는 나에게는 치명적인 오해로 뒷담화를 들어야 했다


거래를 여러 번 했던 분을 몰라보는가 하면 가끔 오더를 받은 공무원도 길에서 몰라보고 지나치면 늘 뒤통수에 꼽히는 시선.

아니나 다를까 들리는 이야기에 ‘젊은 사람이 건방지다.’ '이제 돈 좀 벌었나 봐’

‘기분 나쁘다’ 등등 이런 오해의 눈빛을 받아야만 했다


사실 어릴 때부터 나는 사람 이미지가 색깔로 기억되었던 것 같다… 갈색, 노랑, 분홍으로.

이 방법으로 아직 큰 사고 없이 잘 살아가고는 있지만 이 사정을 알 리 없는 분들은 아직 나를 예의 없는 놈, 기분 나쁜 놈. 돈 많이 번 놈.

놈, 놈, 놈으로 오해하고 있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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