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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내일은 올 테니까

IU - 무릎(Guitar_ver)

by 이윤주

십여 년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아이유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아이유는 핫핑크 색의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날 이후 무작정 기타를 주문했고, 이 곡 저 곡을 닥치는 대로 연습했었다. 그땐 정말 아이유처럼 되고 싶어서 열심히 연습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노래도, 악기 연주도 영 소질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아이유의 목소리에는 어떤 우울감이 담겨있는데 나는 그 우울한 감성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무릎'인데 이 노래만이 주는 온기가 있었다. 아무것도 이해받지 못하는 날, 마음이 담을 수 없을 만큼 무너져 버린 날이면 나는 가만히 누워 이 노래를 듣곤 했다. 까만 밤과 노래의 온기로 텅 빈 마음을 채웠다. 깨지 않는 깊은 잠을 자길 바라면서.


'무릎'이라는 곡에 대한 인터뷰를 언뜻 본 적이 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 아이유가 불면증으로 잠을 잘 수 없을 때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는데, 나는 이 인터뷰를 읽고 나는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나와 비슷한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이 큰 위로로 다가왔다. 나는 사춘기 때부터 줄곧 잠드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몇 시간을 뒤척여야 겨우 잠들 수 있었고,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새벽까지 잠에 들지 못해 결국엔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런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도 이해하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피곤한데 잠을 잘 수가 없다니, 나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사회는 나이대에 맞는 기준을 강요했다. 직장, 연봉, 위치, 결혼 등 나는 그 어떤 것도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이것이 삶의 정답은 아니었지만 사회에서는 분명 정답이었다. 낙제생이 되어버린 것 같은 불안감은 불면증을 더욱 악화시켰고, 지나간 오늘을 계속 붙잡게 만들었다. 잠을 자지 못하는 것보다 내일이 오는 것이 더 싫었다. 내일의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그대로였으니까. 그렇게 계속해서 내일을 미뤘고, 지나간 오늘은 흘러가지 못하고 쌓여만 갔다. 하지만 쌓인 것은 고이고 고인 것은 결국 썩게 되는 건 자연의 이치였다. 마음이 썩어버린 나는 극심한 우울증을 앓게 됐고, 결국 썩은 것을 흘려보내기 위해 물꼬를 틔우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나는 여전히 불면증을 겪고 있고, 낙제생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지도 못했으며, 이해받지 못하는 일들은 여전히 이해받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의 내가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고, 사회가 말하는 정답이 아닌 나만의 정답을 찾고 있다. 이해받지 못하는 일들은, 그냥 이해받지 못한 채 두기로 했다. 흐르는 건 그냥 흘러가게 두는 수밖에. 아무리 붙잡아 본들 어차피 내일은 올 테니까.



'모두 잠드는 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다 지나버린 오늘을 보내지 못하고서 깨어있어'

IU - 무릎(Guitar_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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