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놀이처럼 책을 읽는 데 한별이가 흥미를 느끼자 책을 고르기 수월해졌다.
한별이와 함께 주고받고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 두 권, 한별이가 고르는 책 두 권, 그리고 내가 읽어주고 싶은 책 한 권, 이렇게 다섯 권을 대출했다.
책읽기에 참여하면서 한별이도 그 시간을 놀이처럼 즐거워했다.
“한별이는 큰 글씨 읽을래?”
“네!”
그림책 속에서 글자체가 중간에 커지는 부분이라든지 색깔이 다른 부분, 혹은 대화체로 된 부분 등을 가리키면 한별이는 찰떡같이 알아듣고 잘 해냈다.
처음엔 아주 단순한 한 마디였다.
아이쿠, 삐약, 둥둥, 몽실몽실, ... 의성어나 의태어가 많았다.
둘이 주거니받거니 하는데 한별이는 그 흐름을 잘 따르며 읽었다.
발음이 서툴기도 하고 느리기도 했지만 감정도 알맞게 넣어가면서 재미있게 읽을 줄 알았다.
한별이는 ㄹ발음이 잘 되지 않았다.
‘러닝머신’을 ‘어닝머신’이라거나 ‘나랑 만나’를 ‘나앙 만나’라고 발음하는 식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발음을 교정해주려고 바른 발음으로 따라 읽으면 한별이는 몹시 싫어했다.
“따라 하지 마요”
그런데 그 말이 왜 그리 좋았는지 나는 크게 웃고 말았다.
뭔가 몇 단계를 넘어섰다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와 눈도 안 마주치던 아이, 책을 보여주면 도망다니던 아이가, 이제 스스로 책을 들고 읽는데, 잘못된 발음을 고쳐주려 하니 제 잘났다고 따라하지 말라고 한다.
그 말이 얼마나 기쁘게 들리던지 또 듣고 싶어서 일부러 한번 더 따라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집중하는 흐름을 방해하게 될까봐 더 이상 그러지는 않았다.
지금은 흥미를 이어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