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의 힘

'씨앗, 할머니의 비밀'을 읽고서

by 유연한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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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할머니의 비밀'


이 책의 저자인 김신효정님의 기후위기와 토종씨앗에 대한 강의를 듣고 바로 읽게 된 책.


아홉 분 할머니의 고된 일생과 농사에 대한 신념, 토종씨앗을 지키기 위한 고집이 모두 지금 우리가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라며 뽐내듯 실천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의 모든 것이었다.


도시에서는 소비 중심의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쉬는 날 여가생활을 하는 것=마트나 백화점에서 소비하는 것’ 일 수밖에 없는 것이 도시가 가진 한계다. 요즘은 도시에서 농촌처럼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기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내가 소비하는 것의 주체가 되어야 함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고도로 작업된 브랜드 이미지를 그대로 믿고, 구매를 부추기는 효과적인 광고에 의지해 무의식적인 소비를 하게 되는 소비의 사이클 안에 놓여있는 무지한 소비자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다면서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만든 가방을 사서 한번 메고 옷장에 모셔두는 것만큼 무식한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있을까.


이 책에는 씨앗도 밥상도 철 모르는 이들로 인해 사라지고 말았다는 할머니의 안타까운 말씀,

자연에서 얻고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모두에게 이로운 삶이라는 할머니의 철학,

그렇기 때문에 어렵게 토종씨앗을 지켜내고 억척스럽게 유기농사를 짓는 할머니들이 등장한다.


토종씨앗은 다양한 영양과 다양한 맛, 다양한 생물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유기농사는 자연에서 얻어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농사법으로 농사를 통해 유기적인 순환이 가능하다. 이 두 가지를 지켜내며 할머니들이 이룬 것은 땅에서 난 것을 먹고 몸에서 난 것을 다시 땅으로 돌려보내는 삶이었다. 그 어떤 위대한 환경 운동가가 이런 실천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서양식의 화려하고 큰 접시와 고급스러운 커틀러리가 있어야 멋진 식탁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밥상은 작은 밥그릇에 얇은 쇠젓가락과 쇠숟가락, 김치와 나물 같은 찬 몇 가지가 전부일까라며 너무 볼품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저 먹는 음식이 다르고 그런 식탁이 차려지기까지의 지속된 식문화가 다른 것뿐인데 왜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했을까. 이 책에는 아홉 분 할머니가 저자에게 차려준 귀한 밥상 사진이 함께 나온다. 밥상 사진을 하나씩 하나씩 넘겨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군침이 흐른다. 이 밥상은 여전히 소박했지만 제철 채소로 차려진 먹음직스러운 이 밥상을 다 비우고 나면 힘이 솟을 것 같은 느낌의 밥상이다. 사람에게 힘이 되는 밥상. 그것이 멋진 밥상 아닌가. 사람은 평생을 먹는다. 먹은 에너지로 다시 힘든 세상을 살아간다. 나도 힘이 되는 밥상을 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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