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밥상을 차리는 이유

by 유연한프로젝트

2021년을 돌아보는 글을 쓰고 나니 지난 한 해가 건강-환경-음식-채식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유연한 밥상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 같다. SNS에 올리는 나의 밥상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하나둘씩 좋아요가 늘어나면서 음식과 요리를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은 너무 거창하고, 그저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 맛있고 건강한 채소 요리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기후위기에 대한 무시무시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긴 다큐멘터리를 보고도 매끼 고기를 꼭 먹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제철에 나오는 다양한 채소만로도 충분히 맛있고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요리에 대한 영감을 나누고 싶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육류와 가공식품을 줄이고 왜 채식을 해야 하는지, 왜 유기농 채소를 먹어야 하는지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쉽게 다가가고 싶었다.


어제는 드디어 후배 수아가 찐 채소를 처음 만들어 먹은 역사적인 날이다. 내가 바라던 바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나의 밥상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요리법을 물어보던 사람 중 한 명이 수아였다. 그런 수아가 힘들지만 퇴근하고 저녁 한 끼라도 언젠가는 제대로 챙겨 먹기를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었다. 왜냐하면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바람이기도 하니까.


배가 고픈지 안 고픈지 조차 알 수 없는 완전히 지친 상태가 되어 퇴근하는 길, 버스에서 내리면서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지 하며 마트 앞에서 고민한다. 이 시간에 라면을 먹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고 결국 프랜차이즈 빵집으로 발걸음이 향한다. 그 시간에 열려있는 빵집은 그곳뿐이다. 아침 일찍 만들어 냉장 케이스에 놓여 있던 축축해진 샌드위치를 사 가지고 집으로 터벅터벅 들어간다. 냉장고에 있는 찬 우유과 축축한 샌드위치를 먹고 잠들던 그런 날들. 그런 날들에 대한 기억이 많다. 결혼을 하고도 자주 야근을 했기 때문에 저녁을 회사 근처에서 대충 때우거나 늦은 밤 퇴근해 남편과 함께 저녁 대신 치킨을 시켜 맥주와 먹던 날이 많았다. (왜냐하면 실제로는 너무나 건강을 해치고 있지만 TV에서 치맥은 밤에 먹어도 되는 음식처럼 나오기 때문에!) 엄청 우울해 보이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렇게 살아간다.


편리한 배달음식 시장 20조 원 시대에 매끼 귀찮게 재료를 사서 채소 요리를 집에서 해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배달음식과 밀키트에 그저 어디서 만들어진 어떤 재료들이 들어가 있는지, 최소한 내가 무엇을 먹는지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속이 좀 불편한 날 본죽 대신 집에서 가볍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따뜻한 채소 요리와 된장국 한 그릇이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유연한 밥상을 차리는 이유이다. 올해도 맛있고 건강한, 회복력 있는 유연한 밥상을 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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