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떡국에 대한 기억

by 유연한프로젝트
IMG_4700.jpg


새해에 떡국을 먹으면 나이가 한 살 더 먹는 거라고, 두 그릇 먹으면 안 된다고 하시던 할머니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떡국을 좋아했던 나는 떡국을 많이 먹고는 싶은데 (표면적으로) 한 번에 두 살이 먹는 것은 싫어서 엄마가 내 그릇에는 좀 더 많이 담아주시길 항상 기대했다. 그런 내 마음을 아셨는지 엄마는 국그릇 가득 떡국을 담아주셨다. 그래도 항상 다 먹고 나면 떡국 떡 세 개만 더 먹고 싶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더 먹지 않고 참았다. 할머니의 말을 철석같이 믿어서라기 보다 할머니에게 나는 말 잘 듣는 착한 손녀이고 싶었으니까.


할머니를 생각하면 항상 둘째인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언니만 항상 예뻐해 주시던 모습도. 첫째 손녀가 딸이라 둘째는 아들이길 바랐던 할머니. 그래도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둘째 손녀를 싫어할 필요는 없지 않으셨을까. 그렇다고 내가 아들로 다시 태어날 수는 없는 노릇인데 말이다. 초등학교 5학년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는 할머니의 예쁨을 받으려고 참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이야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고 성향상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억지로 잘 맞지 않는 인간관계에 크게 힘을 쓰려고 하지 않지만 그 어린 시절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웠다. 그게 가족이라는 것은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러나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내 간식의 절반을 할머니에게 나눠드리거나 할머니의 말씀을 잘 듣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좋아하던 떡국을 한 그릇만 먹을 수밖에 없었던 씁쓸한 새해 떡국에 대한 기억. 그래서 내가 겨울만 되면 떡국을 자주 끓이는 건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국인의 소울푸드 묵은지 김치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