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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한밥상 Mar 27. 2023

알맹상점과 함께 떠난 쓰레기 투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지키는 방법으로 우리는 “분리수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믿고) 그 어느 나라 국민보다 열심히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재활용품 분리배출 기준도 항상 모호하고 기껏 분리해서 배출한 재활용품을 한 차에 싣고 가는 것을 보며 실제로 얼마나 재활용이 되는지, 분리배출 그 이후의 과정이 항상 궁금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버린 쓰레기는 크게 1)매립, 2)소각, 3)재활용으로 처리된다.(음식물 쓰레기는 별도 처리) 어제 알맹상점에서 진행한 쓰레기 투어는 이 세가지 시설을 하루에 다 돌아볼 수 있는 최고의 프로그램이었는데 방문하는 시설마다 각기 다른 이유로 한참을 놀라며 현장을 바라보게 되었다.


1)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매립)

1978년 3월부터 1993년 3월까지 15년 동안 서울에 발생된 쓰레기를 매립한 난지도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정부는 인천 서구에 위치한 간척지에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쓰레기를 광역으로 매립할 수 있는 수도권매립지를 건립한다. 이 곳 역시 대체 매립지 부지 선정이 불가능해 당초 계획보다 사용기한을 연장하며 1, 2, 3 매립장까지 조성해 쓰레기를 매립하고 있지만 2026년부터는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며 지금처럼 폐기물 처리시설로, 골프장(드림파크)을 포함한 공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환경 다큐멘터리에서 저개발국의 열악한 쓰레기 매립지만 보고 엄청 우려했던 것과 달리 굉장히 시스템화 되어 있고 잘 관리되어 있었다. 매립이 완료된 2매립장 하늘공원과 다를 것 없는 풍경이었고 매립이 진행중인 3매립지 역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몇 년전까지만해도 하루에 1,000대 이상의 쓰레기차가 들어왔다는 이 곳은 현재 하루 490대 정도밖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쓰레기가 많이 줄었구나!라고 착각하면 안된다. 이 곳이 깨끗할 수 있는데는 다른 씁쓸한 이유가 있었다. 



2)마포자원회수시설(소각)

과거 쓰레기산 난지도 옆에 세워진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소각하는 시설이다. 단순 소각이 아니라 소각시 발생하는 폐열로 난방, 전기 에너지로 활용하는 자원회수시설로 서울에는 마포, 강남, 노원, 은평, 양천 등 총 5개의 자원회수시설이 있다. 직매립보다 부피를 줄일 수 있고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서울과 같은 거대 도시에서는 현재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 시설이 노후해  새로운 소각장을 건립해야하는데 주민 반대로 건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거대한 소각로에 쓰레기를 고전적인 방법으로 넣는 과정이 충격적이다.  



3)재활용선별장(재활용)

재활용선별장의 작업환경은 정말 열악했다. 진입하는 도로 조차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 조폭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나 봤던 고철이 쌓여있는 고물상이 즐비한 동네에 있다. 분명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 살 수 없는 풍경이다. 그 안쪽에 위치한 재활용 선별장은 너무도 위태로운 공간에서 무섭게 생긴 커다란 크레인 집게로 재활용 쓰레기를 옮기고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컨베이어 벨트 위로 재활용쓰레기를 올리고 있었다. 가정에서 굳이 분리해서 버린 재활용 쓰레기를 한 트럭에 싣고와서 이 곳에 쏟는다. 선별 작업을 거쳐 고철이나 알루미늄과 같이 돈이 되는 것들은 다른 재활용 업체로 실려나가는 형태. 고약한 쓰레기 냄새 속에서 더위와 추위를 막아줄 외벽은 커녕 중국발 황사가 밀려와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일반쓰레기가 많이 줄어든 만큼 재활용으로 분리배출 되는 쓰레기는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도 알고 있다. 매립된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보다 지금은 재활용 쓰레기 처리에 좀 더 많은 고민과 예산을 투입해야하는 시점이지 않을까.


우리는 종이박스, 스치로폼 박스가 제대로 재활용이 될 수 있도록 테이프를 제거하고 페트병이나 유리병, 캔 등을 깨끗히 씻어서 내보내는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반쓰레기든 재활용쓰레기든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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