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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윤 Jun 26. 2024

퇴사하고 유튜브 하면 망하는 이유

구독자를 버리고 도망간 유튜버

퇴사하고 유튜브 하기. 직장인 2대 허언인 2가지를 실제로 저지른 사람이 나였다. 당시 경험이랍시고 꽤 많은 채널들을 운영해 봤는데 그중 얼굴을 드러냈던 채널은 2개였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2개의 채널 모두 꾸준히 운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 당시 얻은 것들이 많다고 느껴 아예 내 일을 시작하는 지금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이 글에서는 5년 전에는 알지 못했던 '유튜브 수익화'의 진실과 더불어 유튜브로 '먹고살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가는 방법을 이야기해본다.




브이로그가 어려운 이유


때는 2019년. 유튜버 수입 인증 영상이 큰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안 해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별다른 기획 없이 당시의 나 역시 그저 '대세라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브이로그 영상을 만들어 올려봤다. 인생 첫 영상 편집이었다. 영상 서너 개 정도 올렸던 시점에 놀랍게도 반응이 있었다(?). 1만 회 남짓한 조회 수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구독자 수 100명도 되지 않는 채널에서 그럴듯한 성과였다. 하지만 그건 잠시 뿐이었다. 그다음부터 조회수는 평균 200에서 300회에서 그쳤다. 그마저도 좋아요는 10개도 채 되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이름은 무려 '쩡티비'였다. 25살의 패기.


내 처음 몇 개의 영상들이 터졌던 이유는 '직장인 퇴사', '간호사 퇴사'와 같은 자극적인 키워드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썸네일과 제목이 중요하다는 건 알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브이로그 채널 운영이 어려운 이유는 '계속 볼 이유'를 계속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채널을 보는 구독하고 꾸준히 영상을 시청하게 된 계기는 각기 다르겠지만 브이로그의 경우 출연하는 '사람' 자체에 호감을 가져야 그의 일상을 관찰하고 싶어 진다. 엄청나게 매력적인 외모나 신체 혹은 그 어떤 것이라도 빠르게 호감도를 사는 유형의 사람이 더 쉽고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자신만의 스토리를 이어나가야 한다. 그땐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3개월 만에 2000명이요?


그렇게 약 수개월동안 1주일에 2, 3개의 영상들을 편집하고 업로드하면서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다. 내 브이로그 영상은 내가 봐도 재미가 없었다. 볼 이유가 없었다.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은 어떨까?' 정보성 콘텐츠를 다뤄보기로 하고 새로운 채널을 팠다. 정말 단순한 이유였다. 이 단순함 때문에 나는 채널을 버렸다.


당시 나는 네이버 블로그 상위 0.1% 이내의 최적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와 관련하여 다양한 방면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했기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 급변하는 네이버 상위노출 생태계를 공부해야만 했다. 그래서 기왕 파고드는 거, 이번에는 유튜브 채널에 내가 배우고 느낀 것들을 공유해 보자고 생각했고 이 방법이 통했다. 개설 3개월 만에 구독자 3000명을 모으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작고 귀여운 숫자일지 모르나 유튜브 채널을 한 번이라도 운영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처음 100명, 그리고 1000명을 모으는 일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검색하다 발견한 그 시절의 흔적


애초에 마이너 한 분야였음에도 당시 퇴사와 N잡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꽤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고작 구독자 3000명이었음에도 나에 대한 추천글이 온라인에 떠돌기 시작했고 여러 강의 플랫폼들에서 제휴 메일이 쏟아졌다. (정보성 영상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평균 조회 수가 1만 선이었다.)


퇴사와 유튜브.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실현한 나는 주위 많은 직장인들의 부러움의 시선을 받았다. 용기 있는 결정이 멋있다며, 본인은 매번 상상하지만 그렇게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며 한탄 섞인 한 마디를 던지고 가는 이들도 꽤 있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솔직히 말하면 나 자신도 뭐라도 된 것처럼 스스로가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유튜버가 도망을 가?


그런데 정작 일이 이렇게 되니 갑자기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왜냐면 나는 소위 말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땐, 전문가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좁은 내 시야에서 보였던 마케팅이라는 분야는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생태계 속에서 상대적으로 잘 모르는 이들을 속여서(?) 돈을 버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즈음 마케팅 대행사한테 속은 것들도 있었다.) 단지 나의 프리랜서 기간 동안 한 푼이라도 더 벌자고 짬짬이 얻은 정보와 지식을 공유했을 뿐, 앞으로 '내가 이 공부를 계속하며 먹고살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되물었을 때 당시 대답은 '못할 것 같아'였다.


그렇다면 이 채널을 키워가는 게 맞는 일일까? 조회 수는 많아야 수 만 회에서 그칠 것이고, 영상 하나 기획해서 찍고 편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애드센스 광고비 만으로는 최저 시급을 훨씬 밑도는 일이었다. 결국 이런 특수한 분야의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은 관심 있는 잠재고객을 모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운영 방법인데, 당시 나는 그 이후 단계를 진행해 볼 마음이 전혀 없었다. 방향성을 바꾼다고 한들 내 목표는 '전업 유튜버'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업로드를 중단하였고 이후 모든 영상들을 비공개로 돌리게 되었다. (가장 후회되는 건 이걸 다 삭제했다는 것이다.) 구독자 3000여 명을 두고 도망을 갔다.




돌고 돌아온 유튜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다시 그 일을 하고 있다. 마케팅 회사를 차렸고 교육 사업 역시 블로그 마케팅을 주제로 진행하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시절 채널을 더 발전시키지 않길 참 다행이다. 내 주제를 알았던 거지. 이후 4년간 2개의 회사를 거치며 마케팅에 대한 고정관념도 많이 깨고 전문성도 길러왔다.


그리고 유튜브가 전문가 프레임을 씌우기에 매우 적합한 플랫폼인 것 역시 절감했다. 당시 최상위권 블로거인 것 외에는 마케팅이나 기술적으로 아는 것이 많지 않았던 나인데도 보는 사람들은 나를 '블로그 전문가'로 인식했으니까. 이것 역시 뒤늦게 깨달은 사실이지만, 내가 월급 이상 블로그로 돈을 벌어볼 수 있었던 것 역시 '타고난' 블로그였기 때문이지 내가 뭔가를 특별히 잘해서도 아니었다.




퇴사하고 유튜브나 해볼까?

퇴사하고 '돈' 그 자체만을 염두에 둔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대부분은 유지될 수 없다. 아니, 나를 포함해 유튜브를 시작한 사람 중 1년 뒤까지 꾸준히 영상을 올리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표면적으로 놓고 보면 그 이유는 가지각색이겠지만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회사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를 시작할 지언정 그것을 하나의 사업체로 인식하지 않아 망한다. 아이러니하다.


유튜브는 결과가 아닌 수단일 뿐이다. (예비) 구독자는 잠재고객이다. 당장 무언가를 지출하는 것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 사람은 자신이 구독하는 채널에 시간을 계속 투자하고 있다. 요즘 같은 콘텐츠 포화시대에 누군가의 시간을 꾸준히 얻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영상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업로드해야 한다. 결국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판매할 것을 찾지 못한다면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봉사와도 같은 일이 된다.





유튜브로 먹고살 길 찾기


병원을 갓 퇴사한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먹고살아야 할 지에 대한 힌트를 유튜브를 하면서 얻었다.


앞서 언급했던 나의 2번째 채널은 꽤 성공적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만약 그 당시 내가 블로그 마케팅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일 작정이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거란 이야기이다. 하지만 나는 실무경험이 부족했던 상태였을 뿐이다. 겪어보니 '판매할 것'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나의 잠재고객이 알아서 정해주더라. 구독자이든 나의 구독자를 원하는 광고주이든 어떤 임계점을 넘으면 알아서 제안을 해온다. "스터디는 따로 안 하시나요?"라는 말은 구독자 1000명 시절부터 들어왔다. 강의 제안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는 그들이 판단한다.


즉, (1) 내가 관심 있는 주제나 아이템을 설정하고 (2)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지를 확인한 후 (3) 관련된 정보와 경험을 꾸준히 유튜브를 통해 업로드하면 검색 및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나의 잠재고객이 모인다. 그다음은? 그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을 해주면 된다. 물론 이 역시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먹고살 길이 열린다는데 뭔들 못해볼까?


5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유튜브는 레드오션이다. 하지만 그만큼 영향력도 성과도 입증된 시장이다. 잘된 사례를 분석해서 내 것으로 가져오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한 영역이다. 조금 과장되게 들릴 수 있지만 '개인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각오로 진입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퇴사하고 유튜브 하기'라는 행위와 '구독자 수', '조회 수' 등 눈앞의 수치에 시선을 빼앗겨 시행착오를 겪었던 내 지난날의 경험이, 이 글을 읽는 또 다른 누군가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기를 바란다. 결과적으로 나는 유튜브를 꾸준히 해내진 못했지만 블로그와 함께 이직의 발판의 마련해주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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