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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Kay Jan 02. 2022

가족 VS 물질적 행복

당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얼마 전에 남편이 "당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를 물어보는 미국 리서치에서 다른 나라들은 모두 "가족"을 1순위로 선택 한 반면, 한국만이 유일하게 "물질적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에이 설마... 어떻게 그럴 수가?"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What Makes Life Meaningful? Views From 17 Advanced Economies | Pew Research Center 
https://www.pewresearch.org/global/2021/11/18/what-makes-life-meaningful-views-from-17-advanced-economies/
미국 Pew 리서치 조사 중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고 일본까지... 모든 나라는 "가족"이 가장 중요했는데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물질적 행복"이 1위였다. 


그래서 이에 대해서 내가 아는 지인들과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중 결혼한 지 아직 10년이 채 안된 지인이 말했다.

"나도 지금은 물질적 행복이 중요해. 솔직히 나도 처음에는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다른 것 다 안 보고 사람만 보고 결혼했지만... 봐봐... 지금 너무 힘들어. 애들 볼 때는 너무 예쁘지만 어떨 땐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고 눈물이 저절로 흐를 때가 있어. 남편이 많이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벽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고.  
왜 내가 대학 다닐 때 친구들이 부자애들만 만나고 다니면 속물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살아보니깐 그게 아니더라고.  솔직히 지금 난 자기 취미 활동하고 다니면서 여유롭게 사는 애들 보는 게 부러워.  난 이젠 사랑보다는 편하게 돈만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냥 사는 게 힘들고 그래서 부잣집에 시집갔으면 더 편하게 살았을 것 같고... 그래서 난 내 딸도 나중에 이런 걱정 안 하고 넉넉한데 시집가서 그냥 여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 "

라며 물질적인 행복이 중요한 이유를 말했다.  


씁쓸한 현실이지만 아마도 사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족보다는 물질적인 행복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보이후드"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메이슨이란 한 소년이 실제 6살부터 18살이 될 때까지 일 년에 한 번씩 만나서 12년에 거쳐 완성된 영화이다.  영화는 잔잔하지만 실제 삶에 대해 필터링 없이 보여주는 것에 주목한 영화이다.  나는 거기에서 "엄마" 역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12년 동안 그녀는 세명의 남자와 결혼하고 이혼하고를 반복한다.  그녀의 마지막 대사는 "I just thought there would be more! 나는 더 나은 것이 있을 줄 알았어!"라고 외친다. 그녀가 극 중에서 항상 추구하는 것은 "더 나은 삶"이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교수까지 되고 다른 사람의 롤모델도 되고 아이들도 힘들게 키웠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왜 마지막까지 가장 불행해 보이는 캐릭터로 끝났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첫 번째 남편과 이혼을 한 그녀는 첫 번째 남편이 다시 함께 아이를 잘 키워보자는 제안을 거절하고 대학교수인 두 번째 남편과 결혼한다.  초반에는 자상하고 아이들에게도 잘했던 두 번째 남편이 시간이 지나자 알코올 중독으로 변해가고 가정에서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결국 그녀는 아이들과 도망을 가게 되고, 세 번째 남편과 결혼을 하는데 또 자상해 보이던 세 번째 남편마저 알코올 중독으로 변하고 이혼한다.  영화를 보면서 난 참 엄마가 남자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아... 아마도 이 영화는 엄마의 잘못된 선택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  바로 엄마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을 실패하면 더 나은 것을 찾아 도망가고 또 실패하면 도망가고 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첫 번째 남편은 다른 여자를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말한다.  너희 엄마가 나와 계속 살았다면 지금의 나는 괜찮은 남자인데 엄마는 그걸 참지 못하고 나랑 헤어졌다고...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해주는 것은 바로 "함께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엄마는 항상 "행복 해 보이는 것"을 찾기만 하고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에 실패했던 것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누군가 만들어 낸 물질적인 행복에 숟가락만 얹으면 과연 행복할까? 아마도 보이후드에 나오는 엄마처럼 되지 않을까? 더 나아 보이는 것만 쫓아가지만 결국 아무 행복도 만들 수 없는? 아니면 혼자서 물질적인 행복을 만들었다면 과연 행복할까? 같이 만들어나가고 공유하는 사람이 없다면 물질적인 행복 자체로 의미가 있을까? 물질적인 행복은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가족을 앞지를 수 있을까? 


함께 서로 만들어갈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인생의 소중한 행복이며 가치일 것이다. 내 옆에 있는 남편 그리고 소중한 아이들과 삶을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은 더 없는 축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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