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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바, 노가다, 빠루

오염된 공사장 용어

by 윤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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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바 브로커' 유상봉 출소 직후 체포…선거법 위반 혐의 2020.5.18 연합뉴스

LH 임직원, 함바집 금품로비 의혹 2017.09.18. 한겨레


언론 기사에서 이따금씩 볼 수 있는 ‘함바’ 또는 ‘함바집’

기사에서도 친절하게 공사장 밥집이라고 괄호 안에 넣고 해석해주고 있다.


예: “4·15 총선에서 당선된 윤상현 의원의 보좌관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이

'함바(공사장 밥집) 브로커'로 알려진 유상봉(74) 씨를 체포했다.”


함바는 일본어다. 밥반자(飯)에 장소 장자(場)를 쓴다. 말 그대로 밥 먹는 곳이다.

주로 공사장에서 노동자들이 단체로 밥을 먹는 곳을 함바라고 한다.



일본에서 飯場(はんば)는 광산 노동자나 대규모 토목공사 또는 건축현장에서 작업원용 급식 또는 숙박시설을 일컫는 것으로, 지금은 숙박시설은 없는 건설공사 현장의 휴게소나 식당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는데, 청결하지 못한 인상을 가진 표현이어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이 일본말을 그대로 국내로 가져와 공사 현장 노동자 식당을 함바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냥 ‘공사장 밥집’이라고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함바라고 하는지….


공사장 밥집 운영권을 둘러싸고 비리가 빈번했는지 뉴스에서 함바를 검색하면 비리에 얽힌 사건 기사가 주로 나온다.


공사장에서는 함바 외에도 수많은 일본어가 사용된다.

잘 알겠지만 우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가다’도 일본어 도카타(土方,どかた)가 국내에 들어와 변형된 말이다. '土方','どかた' 는 토목공사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일컫는다.

우리가 흔히 노가다라고 하면 막일하는 일꾼을 지칭하는 것으로,

"그거 완전 노가다야"라고 할 때 처럼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중에 '데모또'라고 불리는 사람도 있는데,

기능공의 조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 일본어다. (手もと)

또 '기소'는 기초, '가베'는 벽.


2019년 4월 국회에서 패스트랙을 둘러싸고 충돌했을 때 등장했던 ‘빠루’도

노루발못뽑이를 가리키는 일본말이다.


당시 국내 언론들은 이런 제목을 달았다.

민주-한국, '빠루' 공방에 고소전까지…전방위 난타전 2019.4.26 뉴스원

'빠루'·망치 등장한 국회…민주·한국 '빠루 공방' 2019.4.26 연합뉴스



어디 이뿐이랴, 공사장에서 사용되는 도구들도 일본어에 많이 오염돼 있다.

줄은 ‘야스리’ 큰 해머는 오함마, 사포는 ‘뻬빠’…

건설업계에 남은 일본어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아 나중에 따로 정리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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