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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덴~찌, 겐뻬이, 구찌겐세이
by
윤경민
May 19. 2020
과거 젊은이들의 놀이문화이자 스포츠였던 당구,
요즘 당구장에 가면 20대 젊은이들은 거의 볼 수 없다.
중년 세대가 다수를 이룬다. 초로의 신사들도 적지 않다.
필자와 같이 386세대, 아니 586세대가 대학에 다닐 때는 당구가 꽤 인기 있었다.
학교 앞 당구장은 늘 학생들로 가득했다. 당구장에 쏟은 돈만도 꽤 될 터이다.
특히 200, 300씩 치는 친구들은 말이다.
요즘도 친구들과 한잔 할 때면 당구를 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넷이서 둘씩 편을 나눈다.
“데덴~찌”
손바닥을 위로하느냐 아래로 하느냐,
두 사람은 아래로 두 사람은 위로 할 때까지 ‘데덴~찌’는 이어진다.
당구 시작도 전에 일본어가 시작된다.
手天地, 일본 발음으로는 ‘테텐치’다. 뜻은 같다.
손바닥을 하늘로 보이게 하느냐 땅으로 향하게 하느냐란 뜻이다.
사실 요즘은 일본에서도 쓰이지 않는 옛말이다.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처음 듣는 말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그런 뜻의 말이 있더란다.
그 말 대신 편을 나눌 때는 잔껭을 쓴다고 한다. 잔껭은 가위바위보다.
어릴 때 짱껨뽀이라고 했던. 이건 나중에 별도로 다루자.
어쨌든 일본인도 안 쓰는 말 ‘데덴치’를 오히려 우리는 아직도 쓰고 있다니 참으로 부끄러울 뿐이다..
두 명씩 편을 먹고 치는 게임을 ‘겐뻬이’라고 한다.
겐뻬이는 (源平 げんぺい)
11세기 일본에서는 원 씨와 평 씨 두 무사 가문이 경쟁 관계에 있었다.
두 집안은 앙숙이 되어 전쟁을 치렀다.
원 씨 가문은 전쟁을 치를 때 흰색 깃발, 평 씨 집안은 붉은 깃발을 들고 싸웠다.
원 씨 집안이 승리를 거둬 평 씨 집안의 절반은 죽임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 씨 집안은 겐지(源氏, げんじ) 평 씨 집안은 헤이시(平氏, へいし).
원평(源平)을 일본어로 발음하면 겐뻬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겐뻬이의 유래다.
참고로 일본 NHK 방송은 해마다 연말이면 인기가수들이 총출동하는 가요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제목은 ‘홍백가합전’ (紅白歌合戦)
유명 가수들이 홍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노래 경연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한때 대한민국 대표 가수 조용필과 이연자가 단골 출연하기도 했다.
여기서 나오는 홍팀과 백팀도 평 씨 집안과 원 씨 집안의 상징 깃발 색에서 유래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학교 운동회에서도 홍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경기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난 후 학교 운동회에서 홍팀과 백팀으로 나눠 경기와 응원전을 펼쳤으나 얼마 안 되어 청백전으로 바뀌었다.
”청팀 이겨라!” “백팀 이겨라!”
이는 일제 그림자를 지우자는 뜻도 있었지만 북한 공산당을 연상시킬 수 있는 붉은 색을 피하려는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구를 치다 보면 상대편이 잘 못 치게 하기 위해 말로 훼방을 놓는 경우가 있다.
물론 정식 당구대회에서는 금지되어 있지만.
그럴 때 쓰는 말 “구찌겐세이(口牽制) 좀 그만해”
구찌는 입, 겐세이는 견제를 뜻하는 일본말이다.
입으로 견제하지 말란 얘기다.
오시, 나미, 가야시, 기레까시, 우라, 히끼, 시네루, 빠킹, 후루꾸, 니꾸, 가락(가락구) …
이런 말들이 어떤 뜻인지 원어를 알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당구용어에 남은 일본말 찌꺼기는 이어서 시리즈로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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