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십팔번은 말이야~”

by 윤경민

“십팔번 뽑아보세요~”

“내 십팔번은 돌아와요 부산항에야”

노래방에서 흔히 오갈 수 있는 대화다.

자신이 가장 잘 부르는 (혹은 자주 부르는) 노래를 흔히 십팔번 (18번)이라고 한다.

아마도 적지 않은 이들이 별 의문 없이 이 ‘십팔번’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을 것이다.

필자도 그렇다.

‘십팔번’ 도대체 어디서 온 말일까?

어원을 찾아보니 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에서 유래했다.

일본 가부키(歌舞伎) 배우로 유명한 이치가와 가문이 있다.

7대 ‘이치가와 단주로’ (市川團十郎)가 1832년 가문 대대로 내려온 18가지 종류의 연기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것이 오늘날 ‘십팔번’으로 정착했다.


원래 가장 자신 있는 가부키 연기 18가지를 꼽은 것이었다.

이후 언제부터인가 가장 자신 있는 장기, 특히 노래, 애창곡이란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十八番이라고 쓰고 ‘주하치방’ 또는 ‘오하코’라고 읽기도 한다,

‘오하코(상자라는 뜻)라고 부르게 된 것은

가부키 십팔번의 대본을 상자에 넣어 소중하게 보관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다른 설도 있다. 상자 속에 들어 있는 물건을 진품이라고 인정하는 감정사의 서명을 하코가키(箱書き)라고 한다. 가부키 18번이 공인된 연기라는 의미에서 ‘오하코’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다.


아무튼 노래방에 가서 “십팔번 한 곡 뽑아보세요”라거나

“내 십팔번은 이거야”

이런 말은 쓰지 말자.

어감도 좋지 않은데 굳이 십팔번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냥 애창곡이라고 하자.

“애창곡 하나 뽑아보세요”

“제 애창곡은 윤수일의 아파트” 이런 식으로 말이다.

참고로 일본에서 노래방은 ‘가라오케’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가라오케’라는 말이 종종 쓰인다. 가라오케(カラオケ)는 빈 오케스트라 orchestra (空/カラ + オーケストラ)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 오케스트라 없이 기계의 반주 소리에 맞춰 노래한다는 얘기다.



일본 무술 가라테(からて)는 공수도의 공수(空手).

즉 빈손을 말한다. 무기 없이 맨 손으로 하는 무술 말이다.


흔히 가라영수증의 가라도 가라오케의 가라, 가라테의 가라다.
그냥 빈 영수증 또는 가짜 영수증이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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