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전화 인터뷰 녹취 시 "녹음 중입니다"라는 언급을 하게 되면 답변하지 않거나 내용을 축소시켜 답변하려는 태도로 돌변함. 이때 취재원의 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대부분의 취재원은 기자의 전화 취재에 응할 때는 대면 취재 때에 비해 편하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평소 아는 관계라면 더 그렇다. 전혀 모르는 관계일 경우,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고 무언가에 대한 질문을 하면 경계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ENG 카메라나 녹음기를 들이대고 하는 정식 인터뷰와 비교하면 훨씬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만일 전화 통화로 취재하는 경우 처음부터 녹음 중이라는 걸 고지한다면 취재원은 당연히 부담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이 한 말이 녹음된다는 것은 기록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음성이 방송에 노출되거나 자신이 한 말이 활자화될 수 있다는 걸 전제하고 이야기하는 것이니 말이다. 최근 카드사에 문의전화를 걸면 녹음된 안내 멘트를 통해 “상담사에게 폭언을 하지 말아 달라” “상담내용은 녹음된다” 는 점잖지만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이 경고 메시지를 듣고도 언성을 높이거나 욕설을 하거나 희롱을 하는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처음부터 지금 “통화 내용은 녹음 중입니다”라고 상대 취재원에게 밝히는 것은 “말을 가려서 하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기자들은 처음부터 녹음한다고 상대 취재원에게 고지한 채 전화 취재를 하지 않는다. 전화통화를 녹음하는 경우는 대개 3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취재 내용을 나중에 다시 들으며 정리하기 위해서
취재원의 육성을 방송에 사용하기 위해
취재원이 나중에 딴소리할지 모를 경우를 대비해
전화 통화를 녹음 중이라는 사실을 상대에게 알릴 필요가 없지만 상대가 “혹시 지금 녹음 중인가요?”라고 훅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Yes 아니면 No라고 답해야 한다. 위 3가지 중 1과 3의 경우라면 구태여 Yes라고 답할 필요는 없다. 기자가 나중에 멘트를 정리하거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녹음해 두는 것이므로 상대에게 공연히 경계심을 갖게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편하게 이야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No라고 답하는 게 낫다. 그런데 2의 경우라면 달라진다. No라고 부인해놓고 나중에 통화 녹취를 방송에 쓴다면 문제가 생긴다. 우선 취재원과의 신뢰관계가 무너진다. “녹음하는 거 아니라고 해놓고 더티하게 그걸 녹음해서 방송에 쓰면 어떻게 합니까” 이런 항의를 받으면 기자는 할 말이 없어진다. 더 이상 그 취재원과는 기자와 취재원 간의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신뢰관계 훼손에서 그친다면 모르지만 상대가 고소 등 법적 조치까지 동원한다면 골치가 아파진다. 초상권과 같이 음성권도 보장해야 할 취재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혹시 녹음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이 수화기 너머로 들린다면 기자는 두뇌를 신속하게 회전시켜야 한다. 솔직히 답하는 게 나을지, 부인하는 게 나을지. 방송에 쓰고자 하는 녹취가 통화 중에 확보됐다면, 그리고 그 녹취를 반드시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아, 제가 나중에 말씀 정리하려고 일단 녹음 버튼은 눌러놨습니다. 그런데 혹시 아까 이렇게 저렇게 말씀하신 건 기사에 녹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00님 말씀을 방송에 써도 될까요?” 물론 상대가 받아주면 좋지만 대개의 경우 쓰지 말아 달라고 할 것이다. 두 세 차례 더 설득해보고 통하지 않으면 과감히 포기하는 게 정답이다. 그런데 녹취를 방송에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기사로만 쓸 요량이라면 부인하는 게 차라리 낫다. “아뇨, 녹음을 뭣 하려 합니까? 그냥 여쭤보는 거니 편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정로도 에둘러 말하라. 상대가 경계심을 풀어야 좀 더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그렇지만 상대에게 녹음 중이 아니라고 한 만큼 그 녹취를 방송에 쓰면 안 된다. 이것은 신뢰 상실이자 경우에 따라선 고소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 답으로는 위의 질문에 속 시원한 답이 되어주지 못한다. 녹음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태도가 돌변한 취재원의 마음을 돌려 필요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요령이 뭐냐는 질문이었다. “제가 나중에 다시 들으며 정리하려고 일단 녹음은 한 건데, 방송에 육성은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익명으로 그냥 기사에 참고할 테니 부탁드릴게요. 00에 대해서 좀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이렇게 납작 엎드리는 수밖에 없다. 상대에게 솔직히 밝히고 간곡히 부탁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