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더운 날 음식점에서 맥주를 주문하는 손님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들은 일이 있을 것이다. 혹은 아이스박스에 음료수와 맥주를 얼음과 함께 넣어 멀리 계곡이나 바닷가에 간다고 하자.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차가움을 유지한 것을 보고 “야~ 히야시 잘 돼 있네”라고 하기도 한다. 히야시는 일본말이다. ひやす(冷やす) 히야스, 차게 하다는 뜻의 명사형이 ‘히야시’다. 그러니 굳이 히야시 잘 된 맥주 달라고 할 필요 없다. 그냥 시원한 맥주 주세요 하면 될 일이다.
히야까시
젊은 여성이 지나갈 때 남자들이 휘파람을 부는 걸 가리켜 ‘히야까시’ 한다고 하곤 했다. 히야까시는 놀린다는 뜻의 일본말 히야카스 (ひやか-す)의 명사형이다. 희롱에 해당하겠다. 현대 일본에서는 성희롱을 ‘세쿠하라’라고 한다. 영어 sexual harassment를 줄인 것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급증한 재택근무는 ‘테레워크’ 영어 telework를 그대로 쓴다. Tele는 ‘멀리’라는 뜻이 있으니 회사가 아닌 멀리서 일한다는 뜻이다. Telephone, television, telescope의 tele도 같은 어원이다. 그런데 요즘 재택근무가 늘다 보니 ‘테레하라’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고 한다. 직장 상사가 화상을 통해 온라인으로 부하직원과 소통을 하면서 괴롭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Tele harassment라는 영어를 만들고 이를 줄인 것이다. 화상으로 대화하면서 부하 직원 뒤로 보이는 집 내부를 가리키며 “집이 지저분하다. 아이 좀 울지 말라고 해라. 집에 남자 친구 있지? ” 이런 식으로 괴롭히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걸 ‘리모하라’ 라고도 한다. Remote harassment를 줄인 신조어다. 말도 참 잘 지어낸다.
후까시
학창 시절 껄렁껄렁하던 (좀 놀던) 아이들이 후까시 잡는다는 표현을 썼던 기억이 난다. 미용실에서 머리숱이 많아 보이게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띄울 때 후까시를 넣는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후까시도 일본어다. 동사 후까스 (吹かす)는 원래 담배 연기를 내뿜다, 감자를 찌다, 밤을 지새우다 등 여러 가지 뜻이 있다. ~티를 내다는 뜻도 있는데 여기서 온 듯하다. 선배 티를 내다, 형님 티를 내다 이런 표현을 할 때 쓴다. 그래서 아마 폼을 잡는다라는 뜻으로 후까시를 잡는다는 말이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
야매
예전에는 정식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치과기공사, 침구사, 피부 시술사, 미용사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어깨너머로 배웠는지, 침도 놓고 틀니를 만들기도 하고 점도 빼고 머리도 자르던 사람들. 그런 이들을 야매라고 불렀다. 싼값에 이용하기는 좋았는데 가끔 뒤탈이 날 때도 있었다. 정식으로 배워서 자격증을 갖고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이런 ‘야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다.
야매는 일본어 야미가 국내에서 쓰이면서 변형된 말이다. 야미 (やみ [闇·暗])는 어둠이라는 뜻과 동시에 암거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정식이 아니라 어둠의 경로로 이뤄지는 거래인 것이다.
앗싸리
“그 사람과 결혼할 바에야 앗싸리 혼자 살고 말겠다”
아예 또는 차라리의 뜻으로 쓰이는 ‘앗싸리’는 일본어에서 온 것인데, 일본어 あっさり 에는 그런 뜻이 없다. 본래는 음식 맛이 담백하다는 뜻과 쉽게 그만두거나 깨끗이 진다고 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왜 차라리, 아예의 뜻으로 사용되게 되었는지 의문이다. 아무튼 앗싸리라는 말이 일본어인 이상 굳이 쓸 필요 없다. 차라리 아예라는 우리말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