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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스, 아까징끼
by
윤경민
Jul 14. 2020
“안경 렌즈에 기스가 너무 많이 나서 잘 안 보인다”
“내 차를 누가 긁고 갔는지 범퍼 옆에 살짝 기스가 났네”
“그 의원, 뇌물 받는 사실이 드러났으니 정치인으로서 기스가 나버렸네”
기스, 의외로 많이 쓰이는 용어다. 우리말로는 흠집, 상처라는 뜻이다.
일본어로는 원래 키즈 (きず) 한자로는 상처의 상(傷) 자를
쓴다. 키즈가 왜 기스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원어가 변형된 사례는 많다.
바지를 일컫는 즈봉을 쓰봉이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바보라는 뜻의 바카는 빠가가 되어버렸다.
어릴 때 넘어져서 무릎이 깨져 피가 나면 부모님은 아까징끼를 바르라고 했다.
이른바 ‘빨간약’이다.
‘아까징키’의 ‘아까’는 빨간색, ‘징키’는 tincture(알코올에 섞어 약제로 쓰이는 물질)의 일본식 표현이다.
원래 일본에서의 발음은 ‘아까칭끼’, 일본은 이걸 또 줄여서 ‘아까칭’이라고 부른다.
원래 공식 상표명은 ‘머큐로크롬액’이다.
그런데 요오드칭끼라는 다른 소독약이 갈색인데 반해
이 머큐로크롬액은 빨간색이어서 사람들이 아까칭끼라고 불렀다.
그걸 또 줄여서 아까칭이라고 부르게 된 것인데
우리는 더 줄어들기 전의 버전인 아까칭끼를 쓰다가 발음이 아까징끼로 변화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아까징끼, 빨간약, 혹은 머큐로크롬액이 약국에서 사라졌다.
수은이 성분 속에 있다는 이유로 1998년 미국 FDA가 안전성에 우려를 제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판매가 중지되기 시작했다.
기스는 흠집. 아까징끼는 소독약이라고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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